조좌호<성대도서관장·동양사>|통과의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요즘 대학의 입시나 입학식은 물론, 졸업식까지도 어머니들이 따라와서 이미 어른이 된 아들을 돌봐주는 일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를 교육열이 높아진 탓이라 하여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나, 나는 반드시 그렇게는 생각지 않는다. 어른이 된 뒤에도 어머니가 지배한다는 것은 도리어 아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들이 어머니의 손에서 떨어져나가는 모습은 조류에 있어서 매우 명확하다. 어미 새의 새끼에 대한 보호는 새끼가 어릴수록 필사적이어서, 먼 곳에서 모이를 구해 다가 먹이는 것은 물론, 새끼가 새집밖에 나가는 일이 있으면 어미 새는 놀라서 불러들인다. 새끼도 당황하여 돌아온다. 그러나 차츰 성장하여 스스로 독립할 수 있게되면, 뒤도 돌아보지 앓고 집에서 날아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미 새도 찾는 일이 없다. 어미 새는 이미 어미가 아니라 한 마리의 암 새로 돌아가는 것이다.
고인은 이 자연의 지혜를 빌어 그것을 인간적 방법으로 보시했다. 유아에서 소년, 소년에서 청년으로 접어들 때에 시행하는 통과 의례가 곧 그것인데, 성장을 축복하는 동시에 책임과 의무의 증가를 당사자나 양친이나 주위의 사람들에게 확인시키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성인에의 통과의례인 성년식이다. 이 성년식은 곳에 따라 달랐지만 대개 15세 전후에 시행되고 어머니를 참가시키지 않는 것이 그 특색이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자식을 키우는데 어머니는 거의 필사적이다. 어머니와 아들이 일체가 되어 이기주의의 권화처럼 된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 또 자식을 키우는 자기가 살아나가기 위해 어머니는 어떤 일이든지 한다. 자식들에게 어머니가 절대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모자는 극히 반사회적이어서 타에게 여러 가지 해를 끼치게 된다.
동물의 무리(군)는 자기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모자의 이기주의를 허용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다행히도 동물은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타에게 해를 끼치는 기간이 견지 않다. 그러나 인간의 성장은 더디기 때문에 모자의 이기주의를 그냥 그대로 인정해 주다가는 사회 그 자체가 파괴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되도록 빨리 성년식을 올려. 어머니와 아들의 사이를 떼고, 아들을 아버지의 사회로 불러오지 않으면 아니 된다. 이 때문에 성년식은 빨라지고 어머니는 제외되는 것이었다.
근대 사회에서는 이 통과의례에 해당되는 것이 각급 학교의 입학의례이다. 이것 또한 성장을 축복하는 동시에 책임과 의무의 증대를 자타에게 확인시키는데 그 본래의 의의가 있었던 것이다.
요즘의 교육은 자유는 주되, 책임은 묻지 않고 있다. 또 어른아 되어도 아들을 어머니의 손에서 떼어내는 의례와 제도도 없다. 이 때문에 아들은 어른이 되어도 독립할 줄 모르며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이기주의의 본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언제까지나 어린이 밖에 되지 못하여 주위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