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금강산서 추석 이산 상봉" … 관광재개 회담도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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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추석(9월 19일)을 전후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 제의를 수용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18일 담화에서 “추석을 계기로 금강산에서 흩어진 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며 10·4 선언 발표일에 즈음해 화상상봉을 진행토록 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이산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 제의를 대북 전통문으로 전달(16일)한 지 이틀 만에 답을 보내온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실무회담을 갖자는 우리 제안에 대해선 “남측 제안대로 23일 개최하되 장소는 금강산으로 하자”고 수정제의했다. 군부 관할의 판문점을 피한 건 19일부터 30일까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열리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장소는 당초 우리 측 제안대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갖자”고 거듭 제안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도 요구해 왔다. 이산상봉 논의보다 하루 앞선 22일 금강산에서 실무회담을 갖자는 제의다. 조평통은 “회담에서는 관광객 사건 재발방지 문제와 신변안전, 자산 문제 등 남측의 관심사를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 7월 북한 경비병에 의한 남한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됐다. 북한은 관광객 사망에 대한 책임문제를 회피해왔고, 당국 차원의 재발방지 약속과 신변안전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또 면회소와 온천장·문화회관 등 현지에 있는 정부와 현대아산의 재산을 일방적으로 몰수·압류해 중국 관광객 등의 유치에 사용해 왔다.

 조평통은 “북과 남이 개성공업지구 실무회담에서 보여준 호상(상호) 이해와 신뢰의 정신에 입각해 노력하면 북남 사이에 풀지 못할 문제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합동군사연습 하루 전인 18일 이산상봉 적십자 실무접촉을 수용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당국회담까지 제의한 건 이례적인 일로 해석된다. 한·미 군사연습 때는 회담은 물론 민간 교류도 속도조절을 해왔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금강산 관광재개 회담 제안에 대해서는 “추후 입장을 밝힐 것”(김형석 대변인)이라고만 했을 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3일로 잡힌 적십자 실무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고집하는 우리 측과 내친김에 금강산 관광 회담까지 패키지로 엮어내려는 북한의 계산과 전략이 복잡하게 얽혀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산상봉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까지 밀어붙이려는 북한의 의도를 간파해 상봉 논의에 집중하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이례적인 북한의 협조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7일엔 우리 측 관계자 30명이 첫 개성공단 현지 조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데 이어 19일에는 전력·통신·용수 설비 등을 점검할 한국전력과 KT 등의 기술진과 당국자 등 34명이 공단지역에 들어간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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