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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보는 문화재 모조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옛 중국인들이『고려인만이 알 수 있는 비색』을 띠었다고 일컫던 비취색 고려청자를 비롯, 갖가지 국보 및 보물급 문화재들이 현존 인간문화재와 고미술연구가들에 의해 모조, 시판되고 있다.
얼마전「피카소」를 비롯,「마티스」·「르놔르」등 유명화가의 작품을 위조, 일약 억만장자가된 세계적 사기행각이 드러났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문화재 모조는 이와는 동기가 본질적으로 다른 공조된 문화재 복제작업이다.
우리 문화재를 널리 해외에 소개하고 진품을 갖고자 하는 애호가들에게『꿩대신 닭』이라도 주어 보자는 것.
문화재 관리국은 특히「엑스포70」을 계기로 문화재의 해외유출방지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관광용의 문화재 수요에 대비, 32종의 지정 모조품을 만들어 고궁·공항·관광지등에서 판매토록 조치했다.
모조 문화재의 제작, 시판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 67년. 그 이전부터 골동품·고미술품을 취급하는 인사동·관훈동 일대의 점프에는 모조품을 이품으로 속여 파는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에 문화재 모조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가나 정확한 시점은 파악하기가 어렵다.
백화점등에서 모조 문화재를 취급한이후 2년동안에 수요는 급팽창, 작년 1년간 전국적으로 4∼5천만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추산되며 올해에는「엑스포70」이 큰 수요요인으로 등장, 매상고는 1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 가정용품과 김병주씨의 말).
주요「메이커」는 인간문화재를 지정된 유근형씨(80)를 비롯, 위군섭씨(65), 지순탁(53), 안동오(44)씨등 4명인데 이들은 자기 나름으로 약간의 도안을 창작, 가매해서 만들고 있다. 제작과정은「메이커」각자가 가마(부) 또는「오일·버너」로 도자기를 구워내는 일관작업이며 전혀 분업이나 하청은 없다. 유·지씨는 경기도 이천, 위씨는 주안, 안씨는 광주에서 각각 일을 하고 있는데 생산액은 69년에 3천만원선정도.
작품의 성형도 문제지만 굽는 시간과 온도에 조금만 차질이 있어도 고려책자라고 만든 것이 국적불명의 황자(?)가 돼 버리는등 극히 민감하고「델리키트」한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제작의 실패율이 70%를 넘는다.
재미를 보는 것은 판매업자들. 다른 상품에 비해 자금회전속도는 느리지만「마진」이 상당히 높다. 깎을 대로 깎아서 말하는 장인의 얘기로『30%는 된다』니 사실은 50%이상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모조문화재는 생필품 아닌 장식품이기 때문에 적정가격수준의 책정을 위한 비교의 기준이 없고 때문에 값도 부르기 나름.
지금 나와 있는 것은 최저 6백50원(고려책자 화병류)에서 최고 7만원(유근형씨 작품송자대호) 까지 있다.「엑스포70」에 참가할 금동미륵보살반가상 모조품은 1백만원이 예정되고 있다.
모조문화재의 수출실적은 아직 없고 내국인대 외국인 (관광객) 의 수요비율은 3대1정도.
모조문화재의 시장전망은 밝다. 돈 많은 사람들이 가진 진품을 보고 동일시 또는 대상의 심리동기에서 모조품을 사들이는 중류시민의 소유욕구는 소득의 증가와 더불어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메이커」또한 순수한 관상용에만 치중하지 않고 실용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 시장을 개발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조문화재의 수요를 늘리기 위한 장인들의 경영안도 차츰 밝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문화재 관리국이 제작업자를 선정,「모조품」의 딱지를 붙여 판매할 문화재는 다음과 같다.
▲자기=청자비룡형주자(국보61호)등 10종 ▲불상=금동미륵보살반가상등 9종▲가면=하회탈 및 병산탈 11개 (국보 1백21호) ▲금관=금관총금관 1개 (국보87호) ▲전적=동래부순절도 1장 (보물 3백92호) ▲범종=성덕대왕신종(속칭「에밀레」종)등 2종 (국보29호 및 36호) ▲비=영천 청제비등 2종(국보 33호, 보물5백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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