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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안맞는 외화의 한국어대사|방화의 일그러진 화면은 만신창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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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일요일 밤 각 TV국은 저마다 명작극장, 명화극장, 또는 무슨 극장하여 다채로운「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혹은 외국의 옛날 영화로, 혹은 국산영화로 한 시간반 남짓한 시간을 시청자에게 봉사하고 있다.
외국영화의 경우- 지날날의 명배우들의 젊은 모습에 한결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하는 바가 있다.
회상과 함께 즐길만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성우들의 목소리로 줄거리를 잡는데 다소 난점이 있는 듯 하다 번역이 잘못되었는지 또는 녹음이 잘못 되었는지는(급히 만드느라고?)모르지만 대사 옮기는 것이 무척 생경하기 짝이 없다
연기자의 연기와 대사가 걸맞지 않고 겉으로만 빙빙도는 감이 짙어서 명화다운 농도가 없다.
더우기 영화음악 효과가 천편일률적이고 하찮은「클래식·무드」가 되풀이 되기 일쑤이다. 하기야 원화에서 흐르는 영화음악을 그대로 따 넣을 수 없다는 애로가 있긴 하겠지만 될 수 있으면 가까운 모음반으로 바꿔서 대사의 맛을 살리는 영화음악을 넣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국산영화의 경우 대부분 낡아빠진 헌「필름」이다. 대사가 끓고 군데군데 끊어지기 일쑤이고 게다가「시네마스코프」라서 화면이 일그러져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방영전에 손질을 잘하든지 기왕이면 새로운「프린트」로 선심봉사해 주었으면 싶다. 이것은 대부분 명작극장이 아니다.
어느 시골 두메산골의 판자극장에서 억지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술 더 떠서 그 명작물(?)이「우는 영화」가 돼서 질색 팔색이다.
「심야에 우는 영화」. 일그러진 장만으로 얼룩진 화면을 더욱 얼룩지게 하는 영화 따위로 귀한 시간을 채우지 말기를 바란다. 안이한 생각으로 영화아닌 명화로 강요당한 시청자의 입장으로서는 그 이전에 눈 여겨 본 좋은 인상을 깡그리 뭉게 버리고 만다. 따라서 좋았던「스페이션·이미지」가 막판에 가서 심야에 우는 바람에 깨지고 만다.
한가지 더 말해두고 싶은 것은 안방극장이라는 점에서 미성년에게 보일수 없는 영화 선택 때문에 정신적인 공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영화극장에서 틀수 있는 것을 그대로 안방극장까지 옮겨 놓을 수 없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편성자들은 좀더 세심하게 봉사정신을 발휘해서 명작다운 영화를 선택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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