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 핵실험 전천후 감시할 위성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일주일 뒤, 한국의 ‘전천후 디지털 눈’이 우주공간에 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5호가 22일 오후 8시39분(한국시간 오후 11시39분) 러시아에서 발사된다고 15일 밝혔다. 이 위성은 지난달 초 현지 야스니 발사장에 도착해 최종 점검 중이다.

 아리랑 5호는 국내 위성 최초로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했다. 지상 550㎞ 상공에서 마이크로파를 쏜 뒤, 되돌아 오는 신호의 시간차를 측정해 영상화하는 장비다. 해상도는 1m(가로·세로 1m 크기 물체를 한 점으로 표시)다. 정밀 광학카메라를 탑재한 아리랑 3호(해상도 0.7m)에 비해 ‘시력’은 떨어지지만 낮과 밤, 날씨에 제약을 받지 않고 관측을 할 수 있다. 지난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을 때 아리랑 3호는 제대로 된 현장 사진을 제공하지 못했다. 실험장 상공에 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아리랑 5호가 있었다면 제대로 된 영상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비는 총 2381억원이 들었다. 영상레이더만 외국과 협력을 통해 개발했고, 나머지는 모두 국내 기술로 만들었다.

아리랑 5호를 실어 나를 드네프르 발사체가 지하 저장고에서 발사되는 모습. 드네프르는 탄도미사일을 개조한 발사체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아리랑 5호는 보통의 위성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사된다. 발사체인 드네프르(러시아~우크라이나를 잇는 강 이름)는 미·소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퇴역한 ICBM을 개조한 것이다. 원래 이름은 R-36M ‘보에보다(슬라브어로 장군)’이지만 냉전 시기 미국은 이를 ‘SS-18 사탄(악마)’이라고 불렀다. 한번에 10개의 핵탄두를 나를 수 있고 사일로(보호 덮개가 있는 지하 저장소)에서 발사돼 추적과 요격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드네프르도 이 방식대로 발사된다. 외부 가스압력을 이용해 지상으로 올라온 뒤 허공에서 1단 엔진을 점화한다. 발사 화염으로부터 사일로를 보호하기 위한 ‘콜드 론칭(cold launching)’ 방식이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국경 근처에 있는 야스니 발사장은 지금도 러시아 군 기지로 쓰이고 있다. 2011년으로 예정됐던 아리랑 5호 발사가 계속 미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발사업체(ISCK)가 한국과 계약을 맺었지만 러시아 정부가 뒤늦게 ISCK에 발사장 사용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추가비용 부담 없이 ISCK가 러시아 정부에 돈을 더 주기로 했다.

 드네프르처럼 ICBM을 우주발사체로 개조할 수 있는 것은 기본 기술이 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주발사체를 ICBM으로 전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이 27일 발사할 고체연료 발사체 엡실론과 이전 모델 M-5가 그런 의심을 받는다. 우주정책 전문가인 한양대 김경민(정치외교학) 교수는 “고체연료는 여느 우주발사체에 쓰이는 액체연료보다 추력은 떨어지지만 안정성이 높다”며 “고체연료 발사체는 언제든 군사 전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은하 3호는 액체연료를 사용하지만 연료를 태우는 산화제로 적연질산(질산+사산화이질소)을 써 의심을 받고 있다. 나로호의 연료는 캐로신(등유), 산화제는 액체산소였다. 액체산소는 극저온 상태로만 쓸 수 있어 발사가 연기되면 다시 빼내야 한다. 반면 적연질산은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해 군사용으로 적합하다. 드네프르도 연료로 비대칭메틸하이드라진, 산화제로 사산화이질소를 쓴다.

김한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