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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교섭에서 구출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구출의 길은 극적으로 틔었다. 연 4일째 통조림처럼 갇혔던 JAL기 승객들은 납치범들의 감금상태로부터 질식하기 직전에 숨구멍을 찾았다. 「인질교환」으로 교섭된 승객석방까지의 경위를 따라본다.
승객석방의 기미가 급진전한 것은 2일 하오부터 『승객을 내려놓기 전에는 한치도 이륙 못한다』『이륙시켜 달라』로 팽팽히 맞섰던 승객구출 대책본부와 납치범들 사이엔 정래혁 국방장관의 「최후통첩」이 내려지면서 극한으로 치 닿는 느낌이었다.
그때까지 범인들에게 설득과 회유를 거듭했던 정 국방장관은 이날 하오 1시 50분, 마침내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이곳은 엄연한 대한민국의 영토. 승객을 내려놓지 않으면 한치도 이륙할 수 없다. 너희 마음대로 하라』고 강경한 태도로 최후의 통첩을 했다. 그럴즈음 지금까지 장관급으로 구성됐던 대책본부도 실무자들 선으로 진영이 낮춰졌다.
이때부터 범인들은 초조하기 시작했다. 하오 5시 「야마무라·신지로」(산촌신치랑) 일본 운수성 정무차관이 관제탑의 교신을 통해 극적인 제의를 했다. 「한국 정부의 최후통첩을 알고 있느냐. 잘 생각해서 너희들 태도를 알려달라. 만일 내가 인질로 간다면 내 대신 승객들을 풀어 주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범인들은 『30분만 기다리라』고 응답해 왔다. 그런지 1시간쯤 지난 하오 6시 범인들에게서 교신이 왔다. 『좋다. 「야마무라」차관의 제의에 따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니이가따」출신의 사회당소속 「아베·스께야」(아부조재)의원을 추가로 기내에 동승시켜라』는 응답.
「야마무라」차관은 『「아베」의원에게 연락하려면 3, 4시간 걸리는데 이 점을 양해하라』고 하자, 범인들은 『부탁한다. 밤중이라도 좋으니 연락해 달라』고 한층 풀죽은 저자세로 나왔다.
이로부터 사태는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손바닥 뒤집듯 급전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타협안은 「아이찌」(애지) 일본 외상이 직접 「아베」의원에게 전화. 『원한다면 가겠다』는 「아베」의원의 쾌락을 받았다는 것. 이에 따라 여권의 수속도 초「스피드」. 여권용 사진을 국회의원 사진첩에서 오려낸 것을 붙이는가 하면 「아베」의원의 자택(동경도 신숙구 변천정 153)에서 국회·공항에 이르기까지 「퍼트롤·카」가 따라붙어 길잡이를 했다.
비행기편도 당초에는 이날 밤 8시 미 제5공군을 통해서 한국군에 협조를 요청. 일본의 자위대 소속 T·33 「제트」기를 타고 단숨에 날아오려 했으나 자위대 비행기란 관계도 있고 해서 JAL소속 DC·8 특별기 편을 택했다.
「아베」의원이 탄 비행기가 대구 항공 관제국에서 착륙허가가 난 것이 2일 밤 9시 47분. 입국「비자」가 우리 외무부로부터 발급된 시간은 이보다 6분 뒤인 밤 9시 5분.
「아베」의원이 서울에 도착되기까지엔 꼭 6시간 30분이 걸린 촌음을 다툰 길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피납 승객을 대신한 볼모의 물망에는 「아베」의 말고도 「나리다」(성전) 사회당위원장도 교섭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일본측이 범인들과 김포공항의 관제탑이 아닌 비밀대화「루트」를 통해서 사전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추측은 「가나야마」 주한 일본대사가 범인과 대책본부가 대치상태에 있을 때 「해결의 묘안」을 갖고있다고 말한 사실이 뒷받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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