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3)안돌아오는 의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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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10년동안 해외에 나간 우리 의사들의 일부가 계약기간이 지났으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정부의 해외 인력진출 정책에 앞장서 지금 31개국에서 1천3백여명의 우리의사가 한국의 얼을 심고 세계에 한국을 새로 인식시키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의사들이 멀리「아프리카」의 미개발지역, 남태평양의「사모아」·「브루네이」의 「정글」등 벽지에 이르기까지 5대주에 널리 파견되어 근면성과 훌륭한 기술로 신임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전해져서 같은 의사로서 가슴이 뭉클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해외나가는 것을 기회로 영영 한국을 떠날 심산인지, 계약날짜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거나 근무지를 옮기는 일이 많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보사부 집계로는 지금까지 개인고용 계약으로 나간 의사중 약 2백명이 돌아올 때가 됐는데도 돌아오지 않고 잇다는 것이다. 물론 돌아오지 않는 이유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나라에서 좀 더 있어 달라는 간청을 이기지 못해 계약기간을 연장해 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의료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머무르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밖에 극히 드문 예로 파견국에서 결혼을 해서 영주하게 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에 앞서서 가장 절실한 문제는 이들이 모국에 돌아와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들지 않을 수가 없겠다. 일선 보건소나 공의 진료소에는 많은 결원이 생겨 일선 보건관리에 큰 애로를 겪고 있으나 희망하는 의사가 없어 두통거리로 되어 있음은 오래된 숙제인 것이다. 막상 희망해서 일선에 나갔다가도 겨우 몇개월 밖에 지탱을 못하고 돌아오는 의사도 있음을 우리는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말할 것도 없이 제 일차적인 문제인 생활의 안정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생활이 안되고 질시속에서 박애정신의 발로만 요구해서는 되겠는가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정부에서는 이들이 국가를 위하고 국민보건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뒷받침을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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