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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현행 한글 문법에의 도전|정경해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글」은 왜 어려운가? 국민이 다 아는 말이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인데 왜 배우기 힘드는가? 어딘가 잘못 돼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의문속에 한평생 국어 문법을 연구하고 있는 정경해씨(59)는 서울의 소의국민학 교장. 18세에 사범학교를 나와 교사가 된 후 40여년간 어린이 교육에 몸 담아온 스승이다.
정 교장은 한글학회 회원도 아니다. 대학에서 후계자를 육성할 처지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승만 대통령시대에「한글간소화 파동」을 일으킨 장본인이요 그의 주장을 엮은 책자가 3권. 그리고 최근에는『말글』이란 어문관계 전문지를 격월간으로 내고 있다. 모두 사재를 털어서 만든다.
현행 문법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국어 학계에서 싹트고 있는 까닭에 그에 따라 정 교장의 이론도 한 주목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글 학자들은 혹세무민하는 나쁜 사람들입니다. 국어를 병 들여놓고 고치려 하지 않다니, 그건 인간 정신을 속박하는 행위이고 그 정신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내 한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깨우쳐 줄 작정입니다.』
정씨는 1933년 조선어 문법이 결정될 때 다분히 정치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해방후에 다시 검토할 줄 알았는데, 계속 잘못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정 교장의 문법이론을 한마디로 말하면 표음화 하자는데 초점이 있다. 우리글이 표음문자인데 현대 맞춤법은 많이 표의화 하였고 음리를 무시해 버려 어려운 글이 됐다는 것이다.
정씨는 맞춤법 실태에 대한 조사로는 한글학자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에 여러차례 조사한 결과 국민학교 교재의 기본 어휘중에서 (백점 만점중) ▲국민교 학생교사 25점 ▲중학생 30점 ▲대학생 10점 ▲공무원 1점정도 밖에 문법이 맞지 않는다.
가령「어름」=51%,「얼음」=49%이며,「뻗친다」를 맞게 쓴 사람은 3분의1뿐이다.「밭인다」의 정답은 아직 한번도 발견치 못했다고 한다.
정씨는 사전에 커다란 과오가 범해져 있다고 말한다. 용언의 기본형인『-다』종지형은『-오』로 바꿔야 마땅하다.「하다」「크다」가 아니라「하오」「크오」가 기본형이 돼 야한다는 것이다.
19세기말에 발간된「게일」의 한영사전에는『-다』형을 취했는데「언더우드」의 그것에서는『-오』형을 취하여 바르게 썼다. 이보다 앞서 훈몽자회 같은 조상들의 사전에서는 「ㄹ」위에 오는 어형을 기본형으로 잡아『어블부』(부)『앉을좌』(좌)하였는데 이때「ㄹ」은『-오』와 같다. 이것이 우리의 고유한 말법이다.
「ㄵ·ㅄ·ㄻ·ㄼ」같은 받침은 무리한 조작이다. 『-오』형을 택해 생각하면 받침은 ㄱㄴㄹㅁㅂㅅㅇ의 7개로 족하다는데 까지 그의 이론은 다달아 있다.
이러한 이론을 내세워 1954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하자 대통령은 즉각 관심을 표명, 한글파동이라는 커다란 물의를 일으켰다. 물론 그 자신이나 정부가 미처 좋은 구체안을 못내어놓아 그는 결국 어용학자란 낙인을 받고 말았다.
그의 저서는 1952년이래『쌍서탁음론』『원형개정론』『현행문법 기간원리 비판』과 미구에『언어의 재구성』을 내겠다고 한다.
한권 책을 낼 때마다 그는 학계의 냉소와 관심에 가슴 아파했지만 이제는 더욱 자신만만하고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명교사의 노고가 오늘 학계의 주목하는 바를 만들어 놓기까지에는 거기 남모르는 비밀이 있다. 거리에서 목판장사를 해서라도 남편의 참고서를 사대고 특히 출판비를 만들어준 이희선여사의 내조가 있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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