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신종 '국영복권'…당첨되면 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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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누구나 당첨되기를 바라는 한국의 로또 열풍과 달리 중미(中美)의 니카라과에는 아무도 당첨을 원치 않는 신종 '국영(國營)복권'이 등장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매달 전문직업 종사자 1백명의 명단을 발표한다. 정부는 이 가운데 한 명을 무작위로 골라내 집중적으로 세무조사를 벌이며, 조사과정을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한다. 운 나쁜 '복권 당첨자'는 개인의 신상 정보 공개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탈세 혐의로 벌금을 물거나 형사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니카라과 정부 관계자는 "1백명 가운데 대략 40명은 세금을 탈루했다는 사실을 정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세무조사를 받으면 탈세 혐의로 처벌을 받을 확률이 40%에 달하는 고확률.고위험 추첨인 셈이다.

니카라과 정부가 이같이 다소 무리한 정책을 쓰는 것은 세금의 누수를 막아 세수(稅收)를 늘리기 위해서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2월 15일자)는 니카라과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준비하고 있는 대부분의 중미 국가들이 빈약한 세수를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카라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의 비율은 공식적으로 22.7%에 달하지만 거대한 지하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11%에 불과한 것으로 정부 내부에서 추정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미 국가들에 만연해 있는정치권의 부패를 없애는 것이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세수를 늘리는 첩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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