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 흉내낸 아로요 대통령 사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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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타틀러지의 표지 사진으로 아로요 대통령과 '파워 팀'이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헐리우드 블럭 버스터 영화 '맨 인 블랙'에서 외계인을 무찌르는 영웅처럼 자세를 잡은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과 4명의 최고위급 장관들의 합성 사진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상류층 잡지 필리핀 타틀러는 아로요 행정부의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로요 대통령과 소위 그녀의 파워 팀이라고 불리는 중요 관료들의 사진을 커버로 다뤘다. 아로요 대통령의 파워 팀이란 앙헬로 레예스 필리핀 국방장관, 호세 이시드로 카마초 재무장관, 마뉴엘 로사스 상무장관, 그리고 알베르토 로물로 사무총장을 지칭한다.

타틀러측은 '맨 인 블랙'의 두 주인공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를 본 뜬 이 합성 사진으로 잡지가 가판대에서 날개 돗힌 듯 팔려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 단체들은 아로요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조롱하고 있다며 지역 언론에 아로요 대통령의 포즈를 혹평했다.

과대 광고

한 상원 의원은 인기있는 만화 주인공을 지적하며 아로요 대통령이 파워 퍼프 걸(미국을 비롯 세계 145개국에서 14개 언어로 방송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포즈를 취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빈정거리며 제안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도 월요일 사설에서 이 합성 사진으로 인해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필리핀의 경제와 치안 문제에 얼마나 심각하게 집중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설은 비록 사진이 범죄와 부패에 대해 엄중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려고 의도했다 하더라도, 사진 때문에 아로요 대통령의 각료들은 흉악한 범죄자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패션, 영화, 그리고 유명 인사들을 주로 다루는 월간 잡지의 발행인 앤톤 샌 디에고는 커버 사진은 컨셉이 아로요 대통령에게 전달된 후 대통령 궁에서 촬영됐다고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 신문에 밝혔다.

샌 디에고는 "우리는 대통령을 보다 친숙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원했으며 대통령의 장난끼도 보여주길 원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런 우리의 생각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

월요일 필리핀 정부의 이그나시오 분예 공보 장관은 사진 촬영은 그녀의 통치력을 결코 떨어뜨리지 않는다며 아로요 대통령의 사진 촬영 결정을 옹호하고 나섰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분예 장관은 합성 사진이 타임이나 뉴스위크가 아닌 필리핀 현지 언론의 커버 사진으로 출간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침소 봉대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분예 장관은 솔직히 '맨 인 블랙'의 주인공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타틀러지는 재미있는 방법으로 대통령과 그의 내각을 좋은 사람들로 그려내고 있다. 정부는 여기에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분예 장관은 대통령을 비방하는 사람들에게 매사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MANILA, Philippines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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