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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결승전, 그리고 '해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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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제7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1국
[제1보 (1~17)]
白·한국 曺薰鉉 9단 | 黑·중국 王 磊 8단

결국 조훈현9단과 왕레이8단이 최후의 결전을 펼치게 됐다. 이번 삼성화재배에 몰아친 중국돌풍 속에서 이창호9단, 유창혁9단, 이세돌3단 등 한국의 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고 曺9단 역시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위태해서 8강전에선 염라대왕 앞까지 갔다가 되살아나오는 기적도 일어났다.

이제 길고 험난한 여정 끝에 曺9단은 다시 결승무대에 섰다.일단 결승이란 큰 무대에 나서자 그의 모습이 거인처럼 부각된다.

외국기사와의 결승전에서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는 조훈현은 왕레이를 압도한다.

1월 14일 베이징(北京)의 쿤룬(崑崙)호텔. 3번기의 첫판이 오전 9시반에 시작되었다.

돌을 가리니 왕레이의 흑번. 긴장한 모습의 왕레이8단은 입을 꾹 다문 채 판을 응시하다가 우상귀 소목에 첫점을 떨궜다.

이틀 전 현지에 도착한 曺9단은 저녁 때 '해당화'를 찾아 일행에게 한턱을 냈다. 曺9단은 북한에서 직영하는 이 음식점을 매우 좋아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말했다.

"우승하면 그날 저녁 다시 한턱 내겠다."

빈 귀를 놔두고 4로 걸쳐가는 것이 조훈현 스타일이다. 최근 중국은 曺9단에 대한 집단 연구 끝에 빈 귀를 차지하는 대신 5로 협공하는 수를 고안해 냈다. 11로 '참고도'처럼 바로 빈 귀를 두면 백은 2로 잡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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