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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재를 키우자] 8. 미국 비자 인터내셔널 - 철저한 능력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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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비자 인터내셔널 일본 지사에서 홍보담당 이사로 근무하는 대니얼 린츠(34)는 최근 전세계 비자 임직원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올린 직원들에게만 주어지는 상인 에이스 어워드(Ace Award)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 규모에 비해 신용카드 사용이 부진한 일본에서 각종 세미나를 기획하는 등의 방법으로 카드 사용실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린츠의 수상 사실은 그의 얼굴 사진과 함께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 전세계 임직원들이 알게 됐다.

이에 따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물론 전세계의 잘 모르는 임직원들로부터도 축하 인사가 답지했다. 연봉 계약 당시 조건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못하지만, 두둑한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인사담당 웬디 토머스 부사장은 "자기 분야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는 핵심 인재들에게는 사기를 북돋워 줘서 더 잘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포상 제도를 운영해 핵심 인재들이 능력에 따른 대접을 받도록 하고 다른 직원들도 분발하도록 만드는 것을 인력관리의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자는 1958년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한 이후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세계 신용카드 시장에서 비자의 점유율은 59.2%(지난해 6월 기준).

다른 신용카드 회사들의 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2위인 마스터카드(29.8%)를 거의 '더블 스코어'로 앞질렀으며, 반면 세계 최초의 신용카드로 자부하는 다이너스카드는 1%의 점유율에 불과했다.

후발 주자인 비자가 이처럼 눈부신 성공을 거둔 데 대해 토머스 부사장은 "일찍부터 핵심 인재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핵심 인재를 키우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인재는 전체 임직원의 10% 수준=비자는 인재를 잘 골라서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뽑은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비자는 직원들이 명확한 업무 목표를 세우도록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선 공정하지만 엄격한 평가를 하는 데 인사관리의 중점을 두고 있다.

비자의 모든 직원은 매년 3~4월께 비자만의 이른바 'SMART 원칙'에 따라 업무 목표를 작성해 부서장이나 임원에게 제출한다.

SMART란 무슨 일을 할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하며(Specific), 실적을 수치로 계산할 수 있어야 하고(Measurable),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해야 하며(Achievable), 직원들 각자의 목표와 회사 전체의 목표가 부합해야 하고(Results-focused), 언제까지 목표를 달성할지 명시해야 한다(Time-bound)는 다섯가지 원칙을 말한다.

부서장들은 부하 직원과의 면담을 통해 업무 계획을 최종 확정하며, 이후 직원들이 어느 정도로 계획돼 있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보완을 지시한다.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이 되면 회사측은 직원들이 당초 업무 목표를 얼마나 초과 달성했는지를 따져 연봉과 보너스 지급 규모를 결정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연봉이 동결되거나 보너스를 받지 못하게 되며, 이런 일이 몇번 반복되면 회사를 아예 떠나야 한다.

이런 평가과정을 통해 10% 정도의 직원들이 핵심 인재로 분류돼 특별 관리된다. 이들은 비슷한 직급의 동료보다 최대 연봉의 50%를 보너스로 받고, 승진과 교육 기회도 우선적으로 얻는다. 핵심 인재 중에서도 특히 업무 성과가 뛰어난 직원들에게는 에이스 어워드란 상이 주어진다.

그러나 한번 핵심 인재로 뽑혔다고 영원히 핵심 인재는 아니다. 실적이 나쁘면 언제든지 핵심 인재군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한때 실적이 나빴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직원들이 자기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육성 프로그램은 비공개=핵심 인재들은 개인별로 짜인 리더십 프로그램에 따라 관리된다. 전담 임원이 1대 1로 붙어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해준다. 이 프로그램은 동료 직원들이 모르게 비공개로 진행된다.

인재들에게는 일상 업무 외에 특별한 과제가 주어지며, 회사측은 이들이 어떻게 과제를 해결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한 업무 능력뿐 아니라 동료들 사이의 평판과 부서 내 협력 등도 중요하게 본다.

인재들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기 위해 각종 교육도 병행된다. 교육은 사내외 전문 교육과정에 참여시키거나 추천 도서를 정해서 읽게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비용은 회사측에서 보조를 해준다. 관리는 사내 인재관리회의란 조직이 맡고 있다.

아예 최고경영자(CEO)인 맬컴 윌리엄슨 사장이 이 회의의 의장을 맡아, 인재 육성 관련 사항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인사팀은 평소 주요 직책에 대한 승계 후보자 명단을 갖고 있다가 빈 자리가 생기면 이 회의에 올려 적임자를 결정한다.

비자는 애써 키운 인재들이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을 막는 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윌리엄슨 사장은 수시로 핵심 인재들을 만나 그들이 회사에 무엇을 원하는지, 회사가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대화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 인재들 스스로가 회사의 장래를 거머쥔 중요한 인물이라는 긍지를 갖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산마테오(미 캘리포니아주)=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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