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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과 흉악 범죄의 난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봄은 범죄의 계절로도 통한다. 최근의 신문 보도만 하더라도 지난 5일의 동두천 마약 밀매상 부부 살인 사건을 필두로 잇달아 7일에는 가정 불화로 인한 부부간 치정 살인 사건에 관한 끔찍한 기사가 세인을 놀라게 했다. 10일에는 통학 열차 안에서 고교생을 찔러 숨지게 한 10대 깡패가 검거되었는가 하면, 같은 날 서울 시내에서는 애인을 양보하라고 연적을 찔러 중상을 입게 한 20대 처녀와, 자기와의 동거를 거부한다해서 짝사랑하던 여인의 자매에게 칼부림을 하던 30대 청년의 행패가 보도되었다.
새 봄을 맞아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흉악 범죄가 매일처럼 보도되고 있는 것은 그 직접적인 동기보다도 전반적인 세태의 영향에 그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세상이 어지럽고 살기가 힘들며, 인정이 메마르고, 사람들의 가치관이 배금 일변도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예사처럼 흉악 무도한 범죄 행위가 접종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물욕을 탈피하고, 나물 먹고 물 마시면서 뜬구름을 관상하며 살던 태평 성세에도 살인·강도 등 범죄 행위가 없었으랴 만은 요즘처럼 물욕 때문에 일어난 잔악 무도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일은 드물었다 할 것이다.
한국에서 살인 강도·살인 등 행위가 이처럼 물욕의 결과로 난폭해진 것은 시기적으로는 8·15해방 직후와 6·25 사변 후가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쓸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명분 하에 동족을 살상함에 별반 양심적 가책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 일반화되고 만성화되어, 물질적 탐욕 때문에 예사처럼 강도·살인·치기 등을 자행하도록 양심과 도의가 마비된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인에게 부족한 것은 오늘날 양심과 신앙인 것 같다. 살인하지 말라, 도적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는 종교적 계율은 양의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행위 규범의 철칙임에도 불구하고, 해방 후 한국인들은 종교를 상실하고 양심을 마비시키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도의는 땅에 떨어지고 양심은 금전 몇 푼과 맞바꾸는 세태 풍조 하에서는 아무리 엄한 법률이 있어도 흉악 범죄는 근절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는「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집단적·상습적 또는 야간에 폭력행위 등을 자행하는 자 등을 가중 처벌하고 있고, 범죄 단체를 조직한 자에게는 사형까지 처하도록 하고 있음을 모르는바 아니다. 정부는 또 나아가 폭력 행위자를 소탕하기 위하여 수시로 이들을 일제 검거, 노역장에서 강제 노역을 시키는 등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이것 역시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끝내 폭력 행위자가 줄지 않고 있는 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흉악 범죄를 완전 소탕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줄이기 위하여서는 가차없는 적발과 엄중 처벌 외에 국민들에게 양심을 회복시키고 도의를 향상시키며 물질이나 실력-그것이 권력이거나 폭력이거나를 불문하고-에의 숭상을 배제할 수 있는 사회 교육·가정 교육·학교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나 「텔리비젼」에서 폭력을 휘둘러 타인을 주먹으로 억압하는 사람이 영웅시되고 있는 한, 주먹에의 숭배는 그치지 않을 것이요, 재화의 분배가 불균등하고 금전이나 재물의 추구가 정상적인 수단으로는 불가능하고 부조리한 방법에 의해서만 가능해 질 경우에 자라는 청소년이나 일반인들을 보고 양심에 따라 도덕률을 지켜 혼자 청빈한 생활을 하라고 강요 할 수는 없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회악을 추방하고 범죄를 일소하기 위하여서는 사회를 정화하고 합리적이고도 납득이 가는 사회 행위 규범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며, 성년들 특히 지도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봄철 들어 창궐하기 시작하는 흉악 범죄를 일소하기 위하여 사회는 긴급한 자위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며 각인은 도의 질서의 확립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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