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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부의 조련계 북괴 내왕 허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동경으로부터의 소식에 의하면 일본정부는 『미승인 국가와의 왕래자유 허용』을 표방, 일인의 북괴·중공·월맹·동독 여행을 거의 무제한으로 승인하리라고 하다. 이 조치와 함께 일본은 일본에 살고 있는 친공계 화교실업인 21명에게 중공방문 후 재 입국을 허용하고 재일 조총련계 6명의 북괴방문을 허가(재입국)하리라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일본정부의 관방 장관은 외무차관에게 『일본 적십자사와 북괴 적십자사간의 재일 교포 북송협정이 67년 종결되기 전에 북송을 희망했던 1만 5천명에 대한 북송문제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일본정부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중공과 우호관계를 맺고자 대사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친공정책 추구에 앞서는 선심공세의 일환으로서 나타난 것이라 하겠지만, 조총련계의 북괴방문 허가나 재일 교포 북송재개의 움직임 등은 우리 한국의 입장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주지하는바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조총련계 6명에 대해 「인도상」 이유를 내세워 재 입국을 허가하였다가 한국 조야의 맹렬한 반발을 받아 『이를 선례로 삼지 않겠다』고 우리 정부에 약속한바 있다. 그러한 일본이 또 다시 조총련 분자들의 북괴방문을 허가케 되었다는 것은 국제신의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일본은 이번에도 북괴 내왕를 허가하면서 인도상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좌익분자의 북괴 내왕은 일본을 우회하는 북괴의 간접침략을 방조해주는 것으로써 이것이 한국, 나아가서는 일본의 국가안보·사회안보에 해롭다는 것은 지난날의 경험이 역력히 입증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 일어난 북괴의 세균주 발주 사건, 그리고 KAL기 피납사건 등으로 한국 여론이 격분하고 있는 차제에 일본이 인도를 빙자하여 북괴로 하여금 합법적으로 간첩을 내왕케 할 수 있는 길을 터놓게 한다는 것은 일본이 고의적으로 한국에 대한 우의를 저버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재일 교포 북송문제는 소위「북송협정」이 만료된 후 일본 적십자사와 북괴 적십자사간에 「콜름보」 및 「모스크바」에 의견대립으로 모두 유산되고 말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67년「북송협정」 종결 전 북송을 신청했던 교포가 아직도 일본에 많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이제 와서 재론하여 한국의 신경을 날카롭게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문제의 북송협정은 재일 교포를 감언이설로 유인하여 북괴 치하에 보냄으로써 그들이 일본에서 닦아 놓은 생활의 터전을 잃게 하는 한편, 북괴의 전력을 증강해주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우리 한국은 시종일관 이를 완강히 반대해 왔었다.
하물며 한·일 수교 전에 맺어졌던 「북송협정」이 3년 전에 이미 종결되었는데도 1만 5천 명이나 되는 교포를 또다시 북송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일본이 「두개의 한국정책」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려는 증좌로서 한·일 협정의 기본정신을 크게 어기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패전 후 처음으로 자주외교를 전개할 수 있는 입장에 도달한 일본이 미국의 두터운 비호 밑에 안전하게 살아가면서 독자적인 입장에서 대 중공 접근을 모색한다는 것부터가 국가적인 이기주의의 발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국가적 이기주의 외교의 전개가 불과 몇 해전 우호친선을 약속한 한국의 국가이익을 크게 해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다고 하면 우리는 부득불 국제 정치상 좌표를 달리 설정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정부의 맹성을 촉구함과 아울러 우리 정부가 일본의 대 북괴 접근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 실천해 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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