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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발탁 박준우, 장인이 박 대통령 일가와 깊은 인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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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외교관 출신의 정무수석인 박준우 수석의 인선 배경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박 수석의 친정인 외교부에서조차 “뛰어난 분이지만 정무수석은 의외”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뜻밖의 인선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다.

최병렬·이병기와 청와대서 함께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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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수석이 밝힌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주벨기에·EU(유럽연합) 대사를 지내던 2009년에 시작됐다. 당시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한 박 대통령을 현지 영접하면서 “박 대통령과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고 말한 게 전부다. 하지만 박 수석은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 일가·측근들과 관계를 맺어왔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우선 친박근혜계 원로자문 그룹인 ‘7인회’ 멤버인 최병렬 전 대표와는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있다. 최 전 대표가 청와대 정무수석(1988년)을 지낼 때 박 수석이 외교비서관실 행정관(87~88년)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외교비서관은 정무수석의 지휘를 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최 전 대표가 박 수석을 천거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최 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천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외교부 주변에선 또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이병기 주일 대사가 지일(知日)파인 박 수석을 추천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박 수석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이 대사가 의전 수석을 지냈고 이후 이 대사가 일본 게이오대 객원교수(97~99년)로 갔을 땐 박 수석이 동북아1과장(일본 담당)을 맡아 사적인 인연이 깊다.

박정희, 장인 공장 찾아 향나무 식수

 박 수석이 기용되면서 그의 장인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박 수석의 장인은 동양석판(현 TCC동양) 창업주인 고(故) 손열호 회장이다. 동양석판은 통조림·음료수캔 등에 사용되는 석도강판(합금판)을 독점 생산하던 업체로, 62년 국내 최초로 자체 생산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으로 군용 통조림 수요에 특수를 맞으면서 연 30~40%의 고속성장을 이어가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수출진흥정책에도 발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손 회장은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과도 남다른 인연을 쌓았다. 박 전 회장은 합금판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던 손 회장을 눈여겨봤고, 그의 추천으로 손 회장은 한국철강협회 감사를 맡기도 했다. 7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포철 고로 2호 준공식 참석차 포항을 방문했다가 같은 포항에 있던 동양석판을 방문, 기념으로 향나무를 심어 직원들을 격려한 일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김계원 전 실장과는 영주보통학교 동기로 말년까지 ‘영주회’라는 모임을 함께한 막역한 친구였다. 79년 10·26 때 궁정동 비밀연회장에 동석했던 김 전 실장은 당시 퍼스트 레이디 대행이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각하께서 돌아가셨다”고 첫 보고를 했던 당사자다.

박태준과 친분 … 김계원은 동향 친구

 정·재계에 발이 넓었던 손 회장은 76년 장학재단(우석문화재단)을 세우면서 인맥을 더 확장했다. 남덕우 전 총리, 강진구 삼성전자 전 회장,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강경식 전 부총리 등이 고문 등을 맡으면서 재단과 관계를 맺었다. 78년 외무고시 12회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박 수석은 81년 손 회장의 차녀 현진씨와 결혼했다. 박 수석을 잘 아는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박 수석도 평소 인맥관리에 탁월했는데 장인이 구축해놓은 인맥과 우석재단 등이 든든한 배경이 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수석의 처남으로 현재 TCC동양을 이끌고 있는 손봉락 회장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 방중 때 동행했던 중견기업 사절단 33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한 배경이 한때 박 수석의 발목을 잡은 일도 있었다. 외교관 시절엔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주요 보직 인선에서 배제된 일도 있다. 2011년 주EU·벨기에 대사를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날 당시 39억82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용산의 48평 아파트와 벤츠E220·그랜저HG·SM5 차량 3대를 신고했고 호텔·헬스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인과 공동 명의로 처가인 TCC동양 주식 15만 주(13억원)를 보유, 대주주 명단에 올라 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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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왔습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에 발탁된 박준우 전 주벨기에·EU(유럽연합) 대사의 장인 고(故) 손열호 동양석판(현 TCC동양) 창업자가 3공의 실세인 박태준 전 포철 회장, 김계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교분이 두터우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어, 대통령 일가와 박 수석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박 수석은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박 수석은 “장인이 박태준 전 회장 등과 가까웠고, 78년 포항제철 고로 2기 참석차 포항에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동양석판을 방문해) 향나무를 심은 것도 맞지만 박 전 대통령과 사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다. 장인은 기업밖에 모르던 사람이다. 또 재산이 많아 외교부의 주요 보직 인사 때 배제됐다는 부분도 사실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때 차관 후보에 세 번 올랐는데 첫 번째엔 내가 거절했고, 두 번째 땐 권력 실세의 개입이 있었다. 2008년 4월엔 캠프 출신을 총영사 시키라고 해 반발했더니 무산됐다”고 해명했습니다. 퇴임 시 벤츠E220 등 자동차 3대와 TCC동양 주식 15만 주(13억원)를 신고한 것과 관련해선 “2011년 3월 귀국 당시 벤츠를 팔지 못하고 들어와 8월에 팔았다. 그런데 7월 퇴임 재산신고 당시엔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산 신고한 것이다. 주식(액면가 1000원)은 9일 종가 3880원 기준으로 6억원이 되지 않는다”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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