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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 무시험 진학|신입생들 등교거부 소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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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린이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킨다는 대전제 아래 작년도부터 실시된 중앙무시험추천 제2차년도인 올해 들어 부산·대구등 전국 10개도시에 확대 실시됐다. 내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실시될 예정이지만 이에 따라야 할 필수조건인 시설·교원의 평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계속적인 문젯점이 되고 있다.
무시험진학제가 일류병에 따른 과외공부, 치맛바람등 사회적 병폐를 어느정도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대체로 지지를 받고 있지만『편준화가 선행되지 않은 무시험 진학제는 절름발이격』이라는 것이 일반의 공통된 의견이다.
학부모의 입장으로 보아서도 비록 전통이나 역사는 없을지라도 시설이 좋고 교원이 우수하고 거리상으로 다니기 편하다면 별로 문제가 없을 것이다.
3일 상오 11시 입학식을 거행할 예정이던 서울 송곡여중(동대문구 망우동)학부모들이 시설이 제대로 안된 학교에 학생들을 보낼 수 없다고 반발한 것은 단적인 예이지만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볼수 도 없는 것이다.
문교부는 10개도시 무시험 진학에 대비, 작년도에 14억7천1백90만원을 투입, 33개 학교를신설하는등 4백68개 교실을 신·증설했고 이밖에 도시로 진출하려는 농·어촌 어린이들의 욕구를 해소한다는 뜻에서 10개 도시주변에 22개교를 신설하는등 전체적으로 6백63개 교실을 더 만들었다.
이에 따라 진학희망자를 전원 수용할 수 있게는 됐으나 교실확보에 전력한 나머지 다른 시설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운동장·진입도로·울타리·교구·교제·특수시설·화단·교원등 평준화가 그 문제점이다.
중학교 시설설비 기준령에 규정된 학교대지·체육장·교사·교구·급수 시설등은 졸속한 행정때문에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채 개학을 맞게 됐다. 교원구성도 공립학교의 경우는 순환근무제 인사원칙에 따라 제대로 되어 있다 할수 있으나 사립중학교의 경우는 인원확보가 어렵다는 애로가 있어 무자격 또는 과목상치교사에 대한 인사조치에 완벽을 기하지 못했다.
이밖에 10개도시 주변에서 도시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22개교를 신설했으나 청주의 경우 청원군내 3천3백30명의 수용이 시설부족으로 어렵게 됐고 대전의 경우 대덕·논산·연기군의 1천4백명의 진학길이 막히는등 결과도 가져왔다.
단일 하군으로된 대구·전주등이 10km이상의 통학거리로 되어 있는 것은 고사하고라도 8개학군 2개학구로 된 서울의 경우도「버스」를 두번이상 갈아타야하는 학생이 적지 않으며 거주지를 고려치 않고 국민학교 소재지를 토대로 한 학군설정으로 서대문구 갈현동에 사는 학생이 동대문구 망우동까지 통학해야 하는 비극(?) 마저 낳게 되는등 학군설정이나 통학거리 문제도 앞으로 해결할 문제로 남게됐다. 설비기준령에 따른 시설의 완벽을 기할수 는 없다 할지라도 개학날까지 교실이 완공되지 않고 운동장이나 울타리도 없는 학교가 많다는 것은 당국의 평준화 작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증거이며 이같은 시초부터의 격차가 또다른 학교차를 낳을 경우 무시험진학의 의의도 반감시키게 될 것이다.
일부 도심지나 기설중학이 시설·교원·교육방법에 있어 신설 변두리교와 월등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현실에서 추첨으로 변두리나 신설교에 배정된 학생·부형의 불만은 이 제도를 실시만 해 놓고 마무리를 못해가는 당국에 쏠릴 것은 너무나 뻔하다. 【이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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