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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투기 바람 멎고…고소바람 이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남부 서울 계획의 바람을 타고 일었던 부동산 투기 「붐」은 뒤끝으로 각 경찰서마다 고소사태를 안겨 놓았다. 한때 날만 새면 치솟았던 강남 지방의 토지 투기를 둘러싸고 매매에 나섰던 선의의 시민들은 날뛰는 「브로커」들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본 듯, 「사기」「횡령」 「사문서·공문서 위조」등 각종 죄목으로 저마다 고소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1의6 장모씨(40·목사)는 지난 1월15일 영등포구 양재동에 땅 50평을 사려고 이웃 A복덕방에 소개비 1만5천원과 계약금 20만원까지 치렀다가 돈만 털리고 말았다. 그가 경찰에 한 진술에 따르면 장씨는 복덕방 주인 천모씨(53)가 내보이는 땅주인의 위임장만 보고 계약하기가 꺼림칙했지만 『땅 사러 몰려드는 사람들의 극성 때문에 땅값이 밤사이에 뛴다』는 천씨의 말에 늦을세라 하고 그 자리에서 계약금과 소개비를 치르고 말았다.
그러나 며칠 뒤 장씨가 중도금을 치르러 다시 A복덕방을 찾아갔을 때는 계약 당시 복덕방을 지키던 천씨는 이미 눈에 띄지 않았다. 돈을 받고 자취를 감춘 천씨는 A복덕방의 진짜 주인 여생환씨(33)가 며칠 동안 시골을 다녀오는 사이 복덕방을 봐 준다면서 사기극을 꾸몄던 것.
뒤늦게 등기부를 펴 본 장씨는 위임장마저 가짜였음을 알아내고 울상이 됐다. 토지 투기로 횡재를 하려던 장씨의 꿈은 20여년의 성직생활에서 푼푼이 모은 재산만 잃은 채 악덕「브로커」의 속임수에 빠지고 말았다.
영등포서에 고소를 낸 김상수씨(41·영등포구 신길동)의 경우는 69년11월13일 경기도 시흥군 과천면 갈현리 임야 1천41평(시가 1백만원)을 사기로 계약까지 했다가 땅주인 박모씨가 2중 매매를 하는 바람에 계약금 10만원을 찾기 위해 고소를 해야만 했다.
김씨는 계약에 앞서 등기부를 열람, 땅주인이 박씨라는 것을 확인까지 했다. 그러나 중도금 지불 기일이 넘도록 박씨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어 수상히 여긴 김씨가 다시 등기부를 들춰보았더니 계약 며칠 뒤인 11월27일 이 땅을 다시 최모씨(28·성북구 장위동)앞으로 등기 이전이 되어 있더라는 것.
땅주인 박씨는 김씨에게 계약금을 받은 뒤 다시 그 땅을 최씨에게 팔았던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520 이창길씨(50)는 69년12월 영등포구 우면동에 밭·임야 등 2천7평(시가 8백만원)을 사기로 땅주인 김모씨(59)와 계약, 1월15일에는 중도금 4백50만원까지 치렀다.
중도금을 치른 이씨가 등기부에서 계약을 마친 땅 5필지 가운데 1필지가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것을 발견, 이 땅에 대한 등기이전을 요구하며 잔금 지불 기일을 넘겼다.
여씨는 잔금 기일이 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해약을 통고, 평당 2천원씩을 더 받고 지모씨(31)에게 팔아 버렸다. 얼마 전에는 문화재 관리국 소유의 서울 성동구 삼성동 정능 일대가 남서울 후보지로 결정됐다는 풍문을 퍼뜨려 이 일대 임야 40만평(시가 1천7백만원)을 불하해 준다고 사기한 한국 농공 개발협회 회장 이모씨(53·영등포구 상도동 산30) 등 2명이 공문서 위조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었다.
이들은 남서울 후보지의 임야 불하 대행업자로 행세하며 강병모씨(65) 등 40여명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가입금 2만원씩과 불입금 매달 1만원씩 모두 7백여만원을 거둬 가로챘던 것이다.
한 당국자는 강남지역인 말죽거리가 속해 있던 광주 등기소가 6·25 때 전소, 등기 관계 서류가 불타버렸기 때문에 이 일대의 땅이 부동산 사기꾼들에 의해 손쉽게 사취되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금창태·채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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