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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미 왕실 유품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조왕실이 사용하던 문방계기 1백20점이 명휘원 주최 신세계 백화점 주관으로 2일∼11일 신세계 백화점 4층 화랑에서 전시되고 있다. 장롱·함·탁자·의자·병풍·명·벼루화·종이·지통·인장·그릇·등촉 등 대체로 소품들인데 이 같은 왕실 유품이 궁궐 밖에서 일반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조 말 왕실의 유품이라고 하지만, 60여년 전 나라와 함께 왕실이 쇠퇴했고 또 전란을 겪는 동안에 유품이 많이 흩어져버려 귀한 물건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 이번 출품도 창덕궁의 잔존품과 악선재·운현궁 등에서 추려 모아 왕실의 품도를 일부분이나마 가까스로 보일 뿐이다.
왕실 유품은 어느 모로나 우리 나라의 가장 정성들인 옛 공예품들이다. 개중에는 중국의 물건(화조수 병풍)도 있고 멀리 「프랑스」에서 만들어 온 탁상·의자도 있다. 「프랑스」제품은 19세기말에 왕궁을 다시 치장할 때 주문해온 고전적인 양가구이다.
이들 유품은 역시 정교한데 특정이 있고 민간의 그것에서 불 수 없는 꾸밈새로 돼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둔탁함이 없고 어딘지 소박한 점에 우리 나라 재래공예의 아름다움을 지니고있다.
꽤 장식적으로 꾸민 홍칠 3층 장이나 쌍룡 무늬 문갑·흑칠 금택문죽책함 등이 그 본보기의 목공품이다.
특히 『일월병풍』의 그림이나 『산수문 벼루』의 「디자인」은 한국인의 체취가 절로 풍기는 예술품이다. 모두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자연물을 그렸는데 민화의 그것처럼 추상적으로 도안하여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주는데 공통점이 있다. 또 용의 무늬가 유달리 여러 군데서 눈에 띄는 것은 왕실의 유품들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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