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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서울 계획과 행정질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남 서울 개발계획의 발표와 더불어 일기 시작한 토지투기「붐」은 여러모로 행정부와 서울시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부처간의 부조화상을 드러내는 좋은 「샘플」을 보여주었다 할 것이다.
인구의 도시집중, 특히 서울 집중이 가져오는 주택난, 교통난, 상·하수도난, 교육난, 각종공해의 가중 등 폐해를 시정해야 되겠다는 뜻에서 대통령의 인구분산을 위한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가 있자 김서울시장은 갑자기 남 서울개발 계획을 공포함과 아울러 한강이북에는 새로운 구획정리사업을 벌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무임 소장관실에서는 관청의 남 서울 내지 경기도 일원으로의 분산안을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어서 이상공은 상공부청사는 물론 산하 기업체까지 이끌고 한강 이남으로 이사한다는 방침을 제시하였고, 또 한때는 농림부 및 그 산하 단체들도 한강이남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설이 유포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발설이 토지투기를 자극한 근본적인 동기가 되어 하루아침에 남 서울 개발예상지역의 땅 값이 폭등하여 시내 땅값과 맞먹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일게되었다.
4일 TBC방송의 『나의 발언시간』에 비친 시민의 소리에 마르면 주택을 짓고자 30평정도의 땅을 사러가 본 결과 이미 개발이 끝난 시내 지역 땅값과 맞먹는 토지시세가 형성되어있어 남 서울개발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는 서글픔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 시민은 절절한 목소리로 이러한 방식의 개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일반적인 시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사후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성급한 구상을 발표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건전한 상식으로는 납득이 갈 수 없다고 말하고있었다.
더우기 행정 각 부와 서울시가 각기 다른 발설을 하는 것은 행정부의 체계성·통일성을 의심하기에 족한 것이며 일사불란한 행정으로 효율적인 성과를 올려도 부족한 터에 팔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한 감을 주는 것은 확실히 하나의 추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김기획은 행정부의 무질서와 부조화를 나무라면서 남 서울의 토지투기를 규제하기 위해 4일 군계일학격의 시원한 발표를 함으로써 일단 시민으로 하여금 안도감을 갖게 하였음을 우리는 크게 환영하고자 한다. 김기획은 토지투기를 적극 규제하기 위해 차관·금융혜택을 받는 업자의 토지투기는 이를 매각 처분하여 자금조달에 기여토록 하고, 이에 부족하면 금융·차관 등 지원책을 동결하겠다는 강경책을 제시했다.
또 김기획은 자금출처조사와 투기 억제설의 적극 활용뿐만 아니라, 토지투기의 근원을 이루는 남 서울계획, 상공부이전계획 등이 근거 없는 구상임을 명백히 함으로써 토지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러한 김기획의 발표는 행정각부와 서울시 등의 행정체계와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로 평가되어야 하며, 또 그렇게 되도록 활용되어야 할 줄로 안다.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구상이나 정책은 사전에 충분히 검토되어 쓸데없는 부작용을 가급적 배제할 수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통일된 의사로서만 발표되어야 공신력을 가지게되어 국민의 신임을 얻을 수 있겠음을 차제에 확인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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