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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소식에 온 신경 모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KAL기를 납북해간 북한 괴뢰가 납북 54일만에 처음으로 「제네바」의 국제 적십자에 송환 통보를 전문으로 보낸 사실이 4일 밝혀지자 납북 가족들은 초조와 불안 속에서 「라디오·뉴스」에 귀를 모으고 있다. 「스튜어디스」인 막네 딸 정경숙양을 잃은 홀어머니 김금자씨(61·영등포구 화곡동 29의 341)는 「라디오」를 틀어놓아 판문점의 동태를 알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정말 돌아올까요』라고 말하면서 초조해 못 견디겠다는 듯 어쩔 줄을 몰랐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 305의 10에 있는 또 다른 「스튜어디스」성경희양 집엔 이날 10여명의 친지들이 어머니 이준덕씨(46)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꼭 돌아오겠지』라고 안타까움을 스스로 달래고 있었고, 성양의 동생 명희양(17·한성 여고 1)은 소나무를 수놓은 액자를 만들어 두달 가까이 주인을 잃은 언니 방에 걸면서 청소하느라 법석. 4남매를 집에 남긴 채 부부가 함께 납북 당한 권오집씨 집엔 조카를 돌보러 강릉에서 와 있는 이모 최돈수양 (20)이 『부모를 생이별한 어린이들을 위해 빨리 돌아 왔으면…』하고 초조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36의 74 임이석씨(36)는 남편 이경헌씨와 함께 비행기를 탔다가 납북 당한 이웃 최영갑씨의 부인 오선한씨(46)에게 달려가 빨리 남편들이 돌아오도록 불공을 드리러 절에 가고 없었고-.
아내 김성옥씨를 납북 당한 정기수씨(36)는 『아내가 납북된 것이 내 탓이었다』고 뉘우치며 『만일 돌아온다면 선물로 술을 조금만 마시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고 약속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특히 납북 용의자로 경찰이 지목한 부 조종사 최석만씨(영등포구 방화동 583의 21) 집엔 부인 장순옥씨(37)가 딸 3형제와 같이 『행여나』하는 기대를 갖고 『그 동안 남편이 꼭 돌아오라고 수색의 절에 가 하루도 빠짐없이 불공을 드렸다』고 말하고 불공드린 내 정성이 보람을 갖도록 바라고 있었으며 장녀 은주양은 경찰의 발표를 신문에서 보고 졸도했다면서『이 때문에 1주일 동안 부끄러워 학교를 결석했는데 우리 어린것들을 위해서도 꼭 돌아올 것』이라면서 안타까움을 달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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