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보선씨의 신민당 탈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윤보선 신민당 고문은 2일 동당을 탈당한다고 성명 했다. 이 성명은 가로되 『신민당은 이번 전당 대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타락된 작풍 가운데 야당의 당위를 부정함으로써 국민의 진정을 반영하는 정당이 아니라, 공화당 통치 칠서의 일부분으로 전락하고 말았음을 느끼게 되어 신민당을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신민당을 떠난 윤씨가 신당 운동을 일으키려는 것인가, 그 자신이 태도 표시를 보류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미지수에 속한다. 그러나 5·16후 신민당의 전신이었던 민정당, 그리고 다음에는 신민당을 등에 업고 두번이나 대통령 후보로서 나와 싸웠고, 한동안 재야정계 제일의 지도자로서 정권 투쟁에 헌신했던 윤씨가 신민당을 탈당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신민당은 물론 재야 정계에 대해서 큰 「쇼크」를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씨는 지난날 한-일 조약 비준 파동 당시 오늘의 신민당 당수 유진산씨와 정당을 같이 하다가 대여 투쟁 노선에 대한 견해차로 서로들 갈라섰던 일이었다. 그후 67년 총선 직전 통합 야당으로서 신민당이 발족함에 따라 양씨는 또 다시 일당에 모여들어 정권 투쟁을 같이 하게 되었지만 윤씨는 이번 신민당 전당 대회 직전에 유씨를 당수 추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윤씨와 유씨는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합작하면서 우리 정계를 주름잡아 왔기 때문에 윤씨가 유씨 주도하의 신민당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탈당을 감행한 심정은 족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윤씨의 신민당 이탈은 단순한 구원이나 정파적 대립의 감정의 소치로만 돌리기에는 한국 재야 정계 상황은 너무도 복잡 미묘한 것이다.
왜냐하면 유씨가 신민당 전당 대회에서 2차 투표 끝에 간신히 당수로 선출되었다는 사실은 동당 내에 유씨를 반대하는 세력이 근반 가까이 됨을 입증할 뿐더러 유씨가 신민당 당수가 되었다는 이유로 재야 세력 중 신민당과의 제휴 합작을 망설이는 자 결코 적지 않다는 것, 역시 가릴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누가 신민당 당수로 선출되었다해도 동당 내·외에 걸쳐 그 정도의 반발을 사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는지 모른다. 그런데 윤씨는 이런 대립을 가리켜 『지난 10년간 야당 분규는 여당의 조종을 받은 위선 야당 노선과 선명 야당 노선의 싸움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윤씨가 말하는 「야당 안에 준 여당을 조작하여 국민의 격앙된 반대를 둔화시키는 위선 야당 노선의 추종자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가리키는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선명 야당 노선」을 걸어 왔다고 자처하는 윤씨가 남을 가리켜 「위선 야당 노선」이라고 규탄하는데는 무슨 확실한 근거가 있을 줄로 안다. 우리가 국민적 입장에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점이다.
윤씨가 어떤 확증을 제시하면서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하면, 국민은 납득이 갈 것이다. 그러나 윤씨가 확증의 제시를 끝내 망설인다고 하면, 「선명 야당 노선」 대 「위선 야당 노선」의 논쟁은, 끝날 날이 없을 뿐더러 정적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 재야 정계에 상호 불신의 씨만 뿌려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혹자는 말하기를 「선명 야당 노선」이란 강경 노선을 의미하고, 「위선 야당 노선」이란 온건 노선을 의미하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윤씨의 진의가 그렇다면 문제는 대여 투쟁 노선의 조정을 가지고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진의가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 누가 「위선야당」인가 재야 정계는 엄격한 자기 점검을 해 가지고 이를 색출·추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