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청산론' 갈등 개운찮은 청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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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의 연찬회에선 당을 보혁(保革)투쟁으로 들끓게 했던 인적 청산론이 사실상 청산됐다.

청산의 주인공은 선거 때 이회창(李會昌)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무성(金武星.부산 남)의원. 金의원은 연찬회 첫 발언자로 나서 "개혁파를 자처하는 '국민 속으로'소속 의원들이 자신들의 잣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료 의원들을 5적이니 10적이니 하며 인적 청산을 외치고 있다"며 "이는 동료 의원들에 대한 정치적 살인이며, 당을 분열시키고 당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선 패배 뒤 지역을 후배에게 맡기고 명예로운 퇴진을 계획했던 일부 의원들이 '국민 속으로'의 매도 때문에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金의원은 "'국민 속으로'는 인적 청산론을 전면 철회.사과하고, 활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백승홍(白承弘.대구중)의원도 "대선의 상처로 대구 상황이 심각하다. 당의 단합을 원하고 있다"며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누가 청산하는가"라고 물었다.

이부영(李富榮).이우재(李佑宰).김부겸(金富謙).안영근(安泳根)의원 등 '국민속으로'쪽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 김영춘(金榮春)의원이 "정치적인 신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분파 행동이라며 중단하라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발언을 했을 뿐이다.

'국민 속으로'내부에선 당의 근본적 개혁 요구가 돌출한 인적 청산론 때문에 초점이 흐려졌다고 자체 반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영 의원은 연찬회에 앞서 "각 정당에서 정치개혁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장애가 많다"며 "더 넓은 연대를 위해 '국민 속으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속으로'를 해체할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보수색 짙은 한나라당의 유일한 진보의원 그룹은 이슈 관리에 실패함으로써 위기를 맞았다. 대신 대선 때 주요 역할을 했던 영남권의 보수성향 의원들이 다시 당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파장은 향후 여야 관계에 반영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수구적 민족주의'=한승수(韓昇洙)의원은 "민주당은 개혁이라기보다는 폐쇄적 민족주의 노선이다. 배타적 민족주의야말로 수구 사상"이라며 "우리 당은 이에 맞서 개방적 민족주의, 세계주의, 열린 경제로 당 정체성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내년 총선의 화두는 신 정권이 주장하는 정치개혁이 아니라 경제 회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광근(張光根)의원은 "민주당의 개혁은 '노무현 제왕화'에 불과해 이를 따라가면 야당의 무장해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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