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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호화스러운 영국 입헌군주제, 더 이상 의미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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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나 비가 숨을 거둔 지 5년이 지난 지금, 영국의 입헌군주제는 치명적인 그녀의 자동차 사고 이후보다 훨씬 더 안정된 기반에 오른 것처럼 보인다. 영국 왕실은 처음에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다이아나비의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을 놓고 거센 비난을 받았다.

최근 엘리자베스 2세의 통치 50주년을 기념하는 골든 쥬빌리 기념행사에서 여왕은 영국 국민들의 존경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영국 왕실에 관해 폭로된 충격적인 사실들은 현대 영국에서 왕실이 존재하는 타당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전 런던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기자였던 크리스토퍼 실베스터와 가디언지의 미국 특파원인 줄리안 보거가 크로스파이어의 진행자 터커 칼슨, 제임스 카빌과 함께 입헌군주제에 관해 토론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칼슨: 실베스터, 나는 당신에게 조나단 프리드랜드가 가디언지의 제뉴어리라는 코너에 기고한 글의 한 부분을 읽어주고 싶다. 이런 종류의 글은 입헌군주제에 관한 내 의구심을 요약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객기에 탔다고 생각하고 조종사가 '사실 나는 비행기 조종사 면허가 없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꽤 훌륭한 기록을 남긴 비행사였다'고 말한다고 상상해 보라."

입헌군주제는 명백히 유전적 결함을 가진 사람들을 최고 자리에 서게 하는 반면, 미국의 경우처럼 능력 사회에서는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사실은 진실이 아닌가?

실베스터: 확실히 그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논리가 입헌군주제의 관례를 침해하지는 못한다. 입헌군주제에 관한 올바른 전체적 관점은 입헌군주제가 그것을 채택하지 않은 나라와는 다른 세계에서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생각에는 잘못된 것이 없다.

나는 앞서 밝힌 생각이 왜 사람들이 여전히 입헌군주제에 공감을 하거나 존경하는지를 설명하는 정확한 이유라고 보고 있다. 입헌군주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입헌군주제가 실력사회나 민주사회와 반드시 같은 모습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입헌군주제가 다른 규칙에 따라 운영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람들의 생각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칼슨: 나는 영국의 입헌군주제가 다른 사회와 같은 규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실베스터의 논점을 이해할 수 있다. 영국 왕실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국 신문의 1면에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비춰진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술에 취한 모습, 그리고 이혼을 추진 중인 모습이 그것이다. 또한 그들은 당혹스런 인간관계를 맺거나 약물 문제에 빠지기도 하고 완전히 흥분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의 이런 모습은 엉망이 된 왕실의 사람이라기보다는 행실이 바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에 가깝다.

실베스터: 그렇다. 하지만 영국의 입헌군주제와 이 토론에서 미국의 대통령제라고 부르게 될 제도 간의 차이점은 영국 국민이 입헌군주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왕실은 오랜 역사적 기간을 거쳐왔다. 우리가 입헌군주제를 좋아하던 싫어하던 간에, 왕실의 결점과 미덕 속에서 입헌군주제를 고집하는 한 왕실은 우리 삶을 관통하는 생활의 일부로서 존재할 것이다.
나는 이런 점이 입헌군주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영국 국민은 늘상 손쉽게 입헌군주제를 버리거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은 입헌군주제가 결점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며 영국 국민이 원하다면 왕실을 현재의 위치에서 끌어 내려야만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국 국민은 입헌군주제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영국의 입헌군주제를 현재의 위치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있다는 증거도 없다.

카빌: 이제 엘리자베스 여왕에 관해 이야기 해보자. 그녀는 내게 해롭지 않은 존재다. 그리고 내가 만약 엘리자베스 여왕의 런던 사무실에 들르게 된다면 나는 그곳을 매우 좋아할 것이다. 그곳은 아주 멋진 궁으로 여러 측면에서 매력적인 곳이다. 여왕에게는 아파트가 제공되며 그녀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여기에 무슨 문제점이라도 있는가?

보거: 개인적으로 나는 여왕에 아무런 유감이 없다. 하지만 나는 왜 영국 국민이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 중 하나이며 가장 부유한 여성 중 한 명인 그녀에게 매년 5천만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여왕의 재산은 보통 영국인이 표현하는 말처럼 지극히 불유쾌한 것이다. 나는 왜 영국 국민이 계속해서 이와 같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카빌: 만약 영국 국민이 여왕이나 혹은 그녀와 관련된 일로 지불한 비용을 다시 돌려 받아 균등하게 나눠 가지고, 가게를 열거나 장례식에 참석하고 혹은 그 밖의 다른 일들을 한다면 당신은 만족하겠는가?

보거: 그렇지 않다. 나는 이 문제와 관련해 원칙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만약 당신이 미국을 가정한다고 할 경우 저변에 위치한 원칙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독립 선언이다. 모든 사람은 불가침의 특정한 권리를 가지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이 바로 미국 사회의 기초 원칙이다.

우리 영국 사회의 기초적인 원칙은 무엇인가? 왕실인가. 이는 당신이 어떤 특정한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가정하면, 당신은 계속 엄청난 부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며 영국 국민은 매년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원칙은 나라를 세우는데 있어 그렇게 고무적인 원칙은 아니다.

카빌: 하지만 왕실은 아무런 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미국인에게 영국 왕실은 즐거움의 대상이다. 영국 왕실은 유럽의 가벼운 얘깃거리일 뿐이다. 물론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거: 그렇다면 영국 국민은 왜 다른 나라에 흥미를 주는 영국 왕실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카빌: 그건 영국 국민의 문제다. 하지만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칼슨: 실베스터에게 묻겠다. 영국의 입헌군주제와 관련해 내가 신경 쓰는 문제 중 하나는 영국 내에서 입헌군주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사례 가운데 한 가지 예를 든다면 고(故) 다이아나 비의 어머니인 프랜시스 키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금요일(현지시간)에 보도된 이 인터뷰에는 다이아나 비가 숨졌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영국 정부의 명령에 의해 1시간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사망 사실을 말하지 못하도록 강요받았다. 그 1시간 동안 국가의 수뇌부는 사망 사실을 전해 듣고 있었다.

여기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자동차 사고로 숨졌다면 부시 대통령이 그녀의 부모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사실을 전하는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했을까? 아닐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가?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겠는가?

실베스터: 당신의 견해가 옳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칼슨: 확실히 그런가?

실베스터: 그렇다. 하지만 당신이 언급한 사례로 나는 결코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확실히 나는 아무렇지도 않고 그런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왕실의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부자라는 사실에 대해 불평하는 보거의 의견을 들을 때도 나는 전적으로 그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록 영국 왕실이 계승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잠재적 부를 유산으로 전할 것이 확실한 사실이라고 해도 왕실은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왕실의 재산은 사치품 가운데서도 쉽게 조금씩 써버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하여간 영국 왕실은 사치품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수가 무척 많다.

하지만 영국 왕실의 재산은 헛되이 조금씩 낭비할 수 있는 무책임한 종류의 돈이 아니다. 영국 왕실의 재산 가운데 대부분은 국가적 재산의 체계의 일부분으로서 재단, 건물, 그리고 기타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입헌군주제가 비용이 많이 들거나 값비싸고 사치스러운 제도라는 논쟁이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칼슨: 왕실의 재산과 관련한 논쟁이 영국 왕실은 쓸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보거, 당신도 왕실이 실제로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없기 때문에 왕실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보거: 그렇다. 또한 왕실의 사치품은 영국 외부의 사람들이 찾고 즐기는 데 전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다.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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