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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또 압수수색 당하는 국세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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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어제 전군표 전(前) 국세청장 자택과 서울 국세청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CJ가 전 전 청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 로비를 한 적이 있는지, 국세청은 2006년 CJ그룹 회장의 주식 이동 현황 조사 때 수천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세금을 추징하지 않은 게 금품 로비 때문이었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사실이라면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다. 현직 청장이 뇌물을 받고 탈세를 눈감아 준 건 국세청 사상 초유의 일이라서다. 또 관련 국세청 공무원들이 줄줄이 수뢰 혐의로 구속될 사안이다.

 아직은 검찰 수사 단계라 사실 여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전 전 청장과 국세청이 그런 의혹을 받아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것만으로도 국세청으로선 치욕적이다.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며칠 전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이 법인납세국장으로 있을 당시 CJ 측으로부터 30만 달러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허 전 차장은 돈과 명품시계를 받았지만 자신은 이를 전 전 청장에게 건네준 ‘전달자’에 불과하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허 전 차장의 구속만도 큰 사건이다. 하위 공무원들이 수뢰 혐의로 구속된 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국장급 고위 관계자가 현직에 있으면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건 드문 일이다. 이런 터에 청장까지 연루된다면 국세청의 위상은 급락할 게 자명하다. 국민의 신뢰 운운할 자격은 상실되고,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국세청이 뇌물을 받고 탈세를 무마해 준 게 사실이라면 ‘탈세와의 전쟁’은 그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차제에 대대적인 국세청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물론 국세청 스스로 ‘비리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등 자정(自淨)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부정부패의 척결 차원에서 개혁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