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국경선 복귀,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이 이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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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동의 ‘원조’ 화약고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이 3년 만에 재개된다.

 먼저 2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평화협상을 위한 예비회담이 열린다. 미 국무부는 28일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법무장관과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협상 수석이 양국 대표로 나서며 존 케리 국무장관이 회담을 주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협상 타결을 낙관하기 어렵다. 이번 협상의 주요 의제는 ▶제3차 중동전쟁 이전 국경선 복귀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 ▶2개의 국가 인정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이다. 어느 하나 타협이 이뤄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아랍의 봄 이후 중동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미국의 경우 전략적 교두보인 이스라엘에서의 평화 정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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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입지 흔들린 미국이 적극 중재

 EU도 이스라엘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특히 이스라엘의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팔의 갈등을 부추기고 2003년에 합의한 중동평화 로드맵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EU로 수입되는 정착촌 제품을 규제하는 조치를 올해 안에 시행할 예정이다. 이미 영국·덴마크·네덜란드 등은 시행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점령한 곳에서 벌이는 사업에 대한 재정지원도 금지키로 했다.

 이-팔 평화협상은 2010년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강행하면서 중단됐다. 당시 협상에서 팔레스타인이 정착촌 건설 중단과 제3차 중동전쟁으로 점령한 지역에서의 철수를 주장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점령지에서의 정착촌 건설을 확대했다.

EU도 “정착촌 제품 불매” 이스라엘 압박

 이스라엘은 제3차 중동전쟁의 승리로 요르단강 서안, 시나이 반도, 동예루살렘, 골란고원 등을 점령했으며 이 중 시나이 반도와 가자지구를 반환했다.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현재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67년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선을 이스라엘이 인정하느냐가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앞서 외신들은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케리 장관으로부터 ‘평화협상이 67년 이전의 국경선에서 출발할 것’이라는 서한을 받고 평화협상 재개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방의 소식통들은 “팔레스타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미 국무부는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협상 재개를 위한 최선은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만 밝혔다. 국경 문제가 민감한 사안인 만큼 평화협상의 타결 여부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중동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수감자 104명 석방

 국경 복귀와 맞물려 있는 것이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내 유대인 정착촌 문제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의 정착촌 건설을 확대해 왔다. 점령지를 유대인 주거지로 바꿈으로써 영구 점거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속셈이다.

 ‘2개의 국가 인정’도 이슈다. 국제사회는 양측이 협상을 통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의 국제적 지위는 지난해 11월 유엔총회에서 인정한 ‘비회원 옵서버 국가’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과 관련, 전문가들은 “협상의 진척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이스라엘 정부는 28일 팔레스타인 수감자 104명을 협상 진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석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의안 비공개 … 양측 강경파 설득이 관건

 양측은 협상 재개에 앞서 타결된 내용을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는 내부 강경파의 비난을 피하겠다는 포석이다. 외신들은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양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것은 이처럼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미 협상 재개 전부터 양측 내부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유대인가정당 소속으로 연립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나프탈리 베네트 통상·노동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국경 문제에 동의한다면 연립내각에서 철수하겠다”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파타와 하마스 두 정파가 양분해 통치하고 있다. 파타는 요르단강 서안을,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다. 온건파인 파타와 강경파인 하마스는 2011년 4월 이집트의 중재로 통합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결과를 내놓지 못하며 반목하고 있다. 가자지구 이슬람대의 왈리드 알무달랄 교수는 “미국의 중재로 추진되는 평화협상이 강경파인 하마스의 반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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