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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위가 37억 세금 날벼락 맞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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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난데없이 세금 37억원을 내게 됐다. 예술위가 소유한 대학로예술극장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대학로예술극장은 2009년 개관했다. 개관 당시 세무당국은 공공극장 운영사업을 ‘문화고유목적사업’으로 분류하고, 취득세 감면·재산세 면제 등의 혜택을 주었다. 예술위는 해당 극장을 직접 운영하진 않고, 다른 문화부 산하기관인 한국공연예술센터(이하 한팩)에게 맡겼다.

 세금 문제는 이 지점에 불거졌다. 예술위가 위탁운영 대가로 일정 수입을 받았고, 결국 임대업을 한 꼴이기 때문에 지금껏 내지 않았던 세금을 토해내라는 거였다. 그 액수가 37억원이다. 예술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극장은 무상으로 내주었고, 사무실 임대료만 연 3000만원 가량 받아 수익사업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용진 사무처장은 "행정소송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근원엔 소유는 예술위, 운영은 한팩이라는 이중구조가 있다. 대학로예술극장은 2009년 건립 때부터 말썽이었다. 서울 대학로 한복판에 있는 공연장을 예술위가 거금을 들여 샀지만, 상가 분양이 부진해 큰 빚을 지고 말았다. 빈 사무실과 극장이 함께 있어 흉물스러웠다. 당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어떻게 이 따위로 극장을 지었는지, 올 때마다 속 터진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었다. 문화부는 2010년 대학로의 두 공공공연장(대학로예술극장·아르코예술극장)을 통합 운영하는 기관을 출범시켰다. 그게 한팩이다. 한팩 관계자는 “소유와 운영을 분리했던 미봉책이 화를 불러 일으킨 셈이다. 예술위는 예술지원 기관이다. 대학로예술극장의 소유와 운영을 한팩으로 이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으로 내년 4월 전남 나주로 내려가면서 영향력 위축을 우려하는 예술위로선 “멀쩡한 극장을 호락호락하게 넘기지 않겠다”라는 입장이다.

 결국 문화부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할 형국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예술위는 예술정책과, 한팩은 공연전통예술과로 담당부서가 달라 부서간 신경전도 있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라”라는 게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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