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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경」서 「실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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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민당의 정해영 신임원내총무의 등장으로 그 동안 좌초상태에 있던 여야의 국회정상화 협상은 국면 타개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정의원도 『원내총무라기보다는 협상대표로서 재량권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신민당은 어느 방향으로든 방향을 잡을 것이 틀림없다.
여야는 그동안 네 차례의 총무회담을 통해 야당이 내놓은 5개 선행조건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신민당의「전면관철」과 공화당의「부분수락」주장이 맞선 데다 김영삼의원의 총무직 사퇴로 협상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공화당은 5개항 중 3개항을 받아들이겠다고 수락한계를 제시,「부분타결」을 주장했으나 신민당은 일괄 타결을 요구하면서 국회출석을 거부했었던 것.
그러나 신민당내에서는 김영삼의원의 대통령후보 출마선언과 이에 따른 협상주역의 교체과정에서 국민투표참패의 반작용이라 할 강경론에 눌려 숨죽였던「실리론」이 점차 떠올라 원내전략을 수정해서 국회운영과 협상을 병행하자는 주장이 표면화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원내대책의 수정요구는 일부 원내세력에 의해 강력히 주장되고 있는데 이들의 주장은 여당측의 부분적 수락으로 협상의 한계가 이미 그어졌으며 또 여당의 단독국회 운영방침이 굳어지고 있으므로 등원함으로써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야 한다는 현실적인 사실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해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정기국회의 회기말이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으 므로 시기적으로 협상의 결단을 내릴 때가 촉박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오는 임시 전당대회까지의 단기 총무로서는 다소「헤비급」 이라 할 정의원을 협상주역으로 앉힌 것은 국회정상화현상을 어떻게 해서든지 결말 지으려는 신민당의 마지막 시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67년「여야협의회」의 주역 중의 한 사람이었으며「협상의 명수」로 불리어 온 그가「결단의 시기」에 야당의 주역으로 나선 것은 공화당의 단독국회운영을 견제 또는 지연시키기 위해서라도 야당전략의「유연성」을 보여 공화당을 바람직한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야당의 강경론은『신민당이 여당독주에 들러리를 서서 정당정치의 부재를 호를 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공화당 측이 독주를 독주로 보지 않고 정당정치의 부재를 느끼지 않는 이상 신민당은 현실서의 일탈이 아닌 현실에의 도전-다시 말해서 국회의 거부가 아닌, 원내에서의 투쟁-이 더 절실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내에는 5개 조건 중 기본문제인 지방자치제 실시에 대한 사전 보장 없이 협상을 타결하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계속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원내외의 강경론이도사리고 있어 앞으로의 당론 조정작업을 정신임총무가 치러야 할 가장 큰 부담이다.

<박석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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