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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살린다 … 산업은행, 2017년까지 3조원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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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산업은행이 2017년까지 3조원을 투입해 STX그룹의 조선 부문을 살리기로 했다.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STX중공업과 STX엔진의 회생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STX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 동의를 얻어 STX조선해양 및 강덕수 회장과 이달 내로 이런 방안을 담은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약정(MOU)’을 체결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위기를 맞은 지 3개월여 만에 STX그룹이 정상화의 길을 찾은 셈이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STX그룹의 조선 부문을 정상화하고 필요 시 STX팬오션에도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STX조선해양에 대한 경영 정상화 절차를 이달 말부터 실시하고, STX중공업·STX엔진·㈜STX의 경영 정상화 방안도 단계적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산은이 구상하는 STX그룹 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STX조선해양의 회생이다. STX조선해양이 정상화되면 이곳에 부품을 납품해 매출을 내는 STX중공업·STX엔진이 다 함께 회생할 수 있다. 홍 회장은 “STX조선해양은 실사 결과 존속 가치가 높고 향후 회생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해 정상화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산은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해 STX조선해양의 채무 상환을 2017년까지 유예하고 3조원의 신규 자금을 연 1~5%의 낮은 금리로 지원할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 은행 간에 STX 조선 부문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MOU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협약 기간은 2017년 말까지 4년6개월로 정했다. 산은 관계자는 “보통 자율협약은 2~3년이지만 조선경기 회복세가 더딘 점을 감안해 충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MOU를 체결한 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빌려준 6993억원을 주식으로 출자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강덕수 STX그룹 회장 대신 채권단이 새 대주주가 된다. 그러나 홍 회장은 “강 회장은 그룹을 설립하고 많은 사업 계약을 수행한 전문가”라며 “(출자 전환 뒤에도) 강 회장이 STX그룹에서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내에서는 강 회장이 전문경영인이나 그에 버금가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많다.

 STX중공업은 이달 내로 실사를 마친 뒤 채권단이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미 실사를 끝낸 STX엔진에 대해선 이달 내로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을 포함한 회생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TX에 대해서는 다른 조선 부문 계열사의 실사 결과를 반영해 정상화 방안을 결정한다.

 홍 회장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팬오션을 지원할 뜻도 밝혔다. 그는 “은행이 법정관리 기업에 자금 지원을 하려면 내부 충당금을 50% 쌓아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라도 STX팬오션의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역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다롄에 대해서는 “중국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회생을 위해 중국 다롄시, 공상은행, 산은, STX 등 4자 협상을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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