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행도량 25곳, 그곳에 남은 성철의 자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현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禪僧)인 성철(性澈·1912∼93) 스님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돌아본 책이 나왔다. 생전 스님이 머물렀던 수행도량 25곳을 둘러본 순례기인 『이 길의 끝에서 자유에 이르기를』(조계종출판사)이다.

 올해는 성철 스님의 열반 2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해는 탄생 100주년이었다. 이를 기념해 불교신문이 연재한 ‘성철 스님의 자취를 찾아서’를 이번에 단행본으로 묶었다. 한때 성철 스님의 상좌(上佐·제자)였으나 환속한 언론인 이진두씨가 집필했다. 소설가 유응오씨가 내용을 보충하고, 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이 감수했다.

 책은 단순한 사찰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성철 스님의 탄생지인 경남 산청의 겁외사(劫外寺)부터 출가도량이자 열반도량인 해인사(海印寺)까지, 그의 행적을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수행에 전념했던 스님의 면모를 전한다. 경북 영천 운부암 편에서는 평생 도반이었던 향곡(香谷) 스님과의 인간적인 에피소드도 소개한다. 1978년 향곡이 세상을 뜨자 성철 스님은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고 한다.

 “슬프고 또 슬프다. 이 종문에 악한 도적아, 천상천하에 너 같은 놈 몇일런가. 업연(業緣)이 벌써 다해 훨훨 털고 떠났으니, 동쪽 집에 말이 되든 서쪽 집에 소가 되든.”

 책에는 조계종 원로의원 대원 스님, 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 등 생전에 스님과 인연 깊었던 스님 10명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충주 석종사 혜국 스님은 해인사 방장 시설 성철 스님이 자신의 은사인 일타 스님에게 주지직을 맡기려 했으나 공부해야 한다고 도망가자 이를 탓하기는커녕 흔연해했다는 일화를 전한다. 성철 스님이 그만큼 출가자의 본분인 수행 전념을 강조했다는 얘기다.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은 해방, 한국전쟁, 민주화로 이어지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원력 아래 외길을 걸었다. 그 뜻을 후학들이 다시 깨닫고 실천해 부처님께 밥값 하자는 취지에서 책을 냈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