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드 비트] '솜브라스 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라틴 아메리카의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은 자유와 평등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대다수 음악인들은 음악을 통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했다.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가 남긴 계층 간의 반목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애썼으며, 국민을 가혹하게 탄압하던 군부 독재정권에 목숨 바쳐 항거했다. 누에바 칸시온은 라틴아메리카 뮤지션들이 조국과 국민을 위해 피를 토하듯 부른 숭고한 노래다.

라틴 아메리카음악의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대형 여가수가 많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의 보석' 솔레다드 브라보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1943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브라보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베네수엘라로 이주했다.

대학시절인 60년대 초반부터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의 재능은 누에바 칸시온 계열의 작품을 선보인 60년대 말부터 빛을 발했고, 70년대에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유럽의 감성과 라틴아메리카의 열정을 혼합한다.

그리고 마침내 1997년에는 전 세계 월드뮤직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도 커다란 성공을 거머쥐며 진정한 의미의 '월드스타'로 발돋움한다.

'솜브라스(어둠) 더 베스트 오브 솔레다드 브라보'는 국내 음반사에서 기획한, 바꿔 말하면 우리 입맛에 맞는 노래들로 선곡된 히트곡 모음집이다. 음반의 타이틀곡인 '솜브라스'는 솔레다드 브라보의 매력을 단번에 맛볼 수 있는 곡이다.

클래시컬한 기타 선율을 바탕으로 끊어질 듯 가냘프게 흔들리는 그의 호흡이 촉촉하게 귓전을 적신다. '검은 비둘기'는 혼신의 힘을 다한 브라보의 열창이 돋보이는 노래로, 고음 부분에선 묘하게도 국내가수 이용복씨의 창법이 연상된다.

조빔의 곡을 노래한 '사랑하는 당신이 있는 곳으로/우리들의 밤'에선 얄미울 정도로 능수 능란하게 노래를 주무른다. 탱고리듬과 그의 힘찬 목소리가 어우러진 '상실'은 쓸쓸한 반도네온(아코디온의 사촌쯤 되는 악기)연주가 운치를 더한다. '간주곡'은 모처럼 여유로움이 넘치는 곡이다.

찰랑이는 타악기들과 풍성한 현악반주, 여기에 뒤에서 살짝 들리는 코러스와 트럼펫연주가 아련하고 감미롭다.

쿠바음악의 불멸의 스탠더드넘버 '검은 눈물'과 우리에게는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로 더 알려진 '아스타 시엠프레(영원히 함께 하자)'는 앨범의 가치를 높여주는 보너스이자 베스트 트랙들이다.

주의사항 하나, 라틴아메리카 뮤지션의 음반이라 해서 역동적인 리듬이 충만하리란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이 앨범은 오히려 유럽적인 낭만과 중남미 특유의 애수 띤 멜로디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고전적인 스타일과 인공조미료가 덜 가미된 음악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수록곡과 시적인 가사의 우리말 번역 및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속지까지 준비한 자상함이 돋보인다.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 MBC FM '송기철의 월드뮤직' 진행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