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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유성터미널, 이번엔 옮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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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일부 버스들이 도로 2차로에 정차한 채 손님들을 태우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일대는 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2일 오후 4시쯤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시외버스터미널. 전주로 가는 버스 한 대가 터미널 옆 도로 2차로를 차지하며 멈춰 서자 버스를 타려는 손님 20여 명이 달려들었다. 버스가 정차한 바로 옆 차로에는 택시 등 일반 차량이 달려 자칫하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순간이었다. 전주행 버스가 정차한 뒤로는 충남 예산, 충북 청주 등지로 가는 버스 3대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시외버스터미널 일대는 교통체증을 일으켜 도로는 차량과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뒤엉켜 무질서한 시장을 방불케 했다.

이들 버스가 한 차로를 차지하는 불법 정차를 일삼고 있는 것은 시외버스터미널 주차공간이 버스 7대 이상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기 때문이다. 시외버스터미널의 무질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30여 평 남짓한 터미널 승객 대기실에는 40여 명의 손님이 선풍기 2∼3대에 의존하며 무더위에 시달렸다. 찜통이 된 대기실에서 무더위를 참지 못한 손님들은 밖으로 나왔으나 마땅한 대기공간이 없었다.

유성 시외버스터미널은 1970년대 문을 연 이후 30년 이상 이 같은 무질서가 계속되고 있다. 김오형(52·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씨는 “온천관광 도시의 대명사인 유성의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처럼 무질서한지 몰랐다”며 “유성에 대해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시외버스터미널의 무질서로 관광도시 유성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자 대전시가 나섰다. 지난 2008년 대전시는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유성종합터미널의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도시철도 구암역 옆(유성구 진잠로4)에 10만2000㎡ 규모로 여객터미널·환승주차장·화물주차장·화물취급소·공원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전체 시설 중 여객터미널은 4만6000㎡ 규모로 대전의 대표적 터미널인 동부고속버스터미널(2만2000㎡)과 동부시외버스터미널(1만3000㎡)을 합친 것보다 크게 지어져 서북부권 여객터미널 업무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본계획안으로 민자 유치를 위해 2010년 7월 공모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전고속버스터미널·동부시외버스터미널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그러나 민간업체들은 토지매입비만 585억원이 들고 별도로 터미널 등 건립비가 900억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여객터미널 면적이 4만6000㎡로 크기 때문에 백화점 등 사업성이 있는 시설이 들어설 면적이 너무 작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이어 대전시는 2011년 또다시 제2차 공모에 들어갔으나 참여의사를 보였던 ‘신기림’과 ‘공진종합건설’이 1차 공모 때와 같은 이유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또 실패했다.

 그러자 대전시는 터미널 면적을 줄이고 사업성이 있는 시설의 면적을 늘리는 등의 기본계획안을 변경해 다음 달 중으로 세 번째 공모에 들어간다.

 이번 공모에서는 복합터미널 부지가 당초 4만6000㎡ 에서 3만2700㎡로 줄었고 일반상업지역이 새로 만들어졌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번 공모는 민간사업자의 사업성을 고려한 개발계획안을 마련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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