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이데거」와의 대화|철학은 과연 무용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현 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중의 한사람인「마르틴·하이데거」는 지난 9월26일로 80회생일을 맞았다. 「후셀」과「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고 그는 형이상학(존재론)의 거두로 숭앙되고 있으며 또한 서양전통의 마지막철학자로 불려지고 있다. 1889년 남부독일의 산촌「매스키르히」에서 태어난「하이데거」는 결코「검은숲」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평생을「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가르쳐왔으며 또 오늘날도 이대학에 몸담고 있다. 1933년 그는이대학의 총장으로 선출됐는데 이해는 또한 그의 정치참여로 그의생애에 지울수없는 오점을 남긴해이기도 하다. 다음은 근착 불「렉스프래스」지와의「인터뷰」를 요약한것이다.
-오늘날 대학의 위기는 철학이라는 그 의미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하고있는데 과연 철학의 존재는 무의미하며 무용하게 되었는지….
그것은 내자신 항상 생각하는 문제인데 1935년 『형이상학 입문』이란 내논문에서 이미 정의 했듯이 철학이란 항상 시기에 맞는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철학은 즉각적인 반응을 결코 볼수없는 어떤것을 대한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열광과 같은 것이다.
-그러면 철학은 무엇을 제시하는가?
철학은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존재의 희귀한 가능성들중의 하나인 것이다. 철학의 원초적 과업은 더 무겁고 더 어려운것들을 설명하는데있다.

<행동을 창조못해>
-철학은 「칼·마르크스」가 원했듯이 세계의 변형에 한 역할을 할수있는가?
철학은 결코 즉각적으로 힘을 가져다줄수없고 또는 역사적작용을 야기하는 조건들이나 행동의 형태를 창조해낼수없다.
-철학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직접적으로 얻을수있고 또 이용할수있는 「지」가 아니다. 또 철학은 평범한 기준으로 평가될수도없다. 역사의 발전과정에 있어서 인간은 한항 많은 물음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서구세계의 모든 운명을 결정지은것은 『왜 존재가있고 또 아무것도 아닌것이 있는가?』하는 단하난의 물음이다. 이것은 2천5백년전 「소크라테스」이전부터 해답을 추구해 온것이다.
-우리는 고대의 사상가들과 어떤 유대관계를 맺고있는가?
『형이상학입문』에서 나는 왜 철학의 모든물음들이 그들과 함께 시작하는가를 증명한바있다. 그것은 서구세계의 탄생이 바로 그들의 시적격언에서부터 이기때문이다.

<날마다 고전읽어>
-1907년부터 「그리스」의 「호메로스」「핀다로스」「엠페도클레스」「소포클레스」「루키디데스」등 사상가나 시인의 작품을 빠짐없이 하루 한시간정도 읽었다는게 사실인가?
전쟁이 일어났던 몇년을 제외하고는 매일 읽었다.

<역사는 「숙명적」>
-역사는 다른 흐름을 취할것인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내생각에는 숙명적이 아닌것이 없다. 역사는 「마르크스」적 결정론에 지배되는 것도 아니며 또 철학이나 정치에 지배되는것도 아니다. 핵분열을 연구했던 물리학자들은 원자탄을 만들려고는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들이 이룩해놓은것이 역사인 것이다.
-처음으로 『유성기술의 시대』라는 말을 했었는데 이유성시대는 형이상학의 종말을 의미하는가?
아니다. 그러한 시대는 바로 형이상학의 완성인 것이다. 「데카르트」가 없었더라면 현대세계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철학과 과학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은 매우 어려운질문이다. 과학은 전세계에 그힘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과학은 생각하질못한다.

<사고의 존재없이>
-『과학은 생각하지 못한다』는말은 지나친 단언이 아닌가?
물론 과학은 사고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세대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우리가 아직 진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것이다. 아마도 몇세기 전부터 인간은 많은 행동을 해왔지만 생각은 거의 하지않았다. 항상 생각을 요구하는 세계에서 사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르쿠제는 우수>
-옛 제자인 「허버트·마르쿠제」의 조사연구를 주시했는가?
「마르쿠제」는 1932년 「프라이부르크」에서내지도밑에 「헤겔」에대한그의 논문을 준비했었는데 대단히 훌륭한 논문이었다. 그후로는 그러한 기회가 없었고 그의 『일차원적 인간』은 읽어봤다.

<사상의수업 못해>
-학생들의 세계적인 움직임과 대학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었는가?
대학의 문제들은 1929년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이미 취급했었다. 오늘날 학생들은 스스로 반항한다. 그것은 좋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실로 아는가?
오래전부터 내생각으로는 대학이 단순한 중학교나 학원이 되었다는것이다. 대학은 사상의 수업을 못하게하며 지식의 축적도 허용하지않는다.
구식대학은 죽었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필연적인 죽음이었다.
-모든 공적생활에서 은퇴했는가?
가끔 회의나 공식식전에 까지 초청을 받는데 나는 모두 거절해왔다. 내가 마지막으로 참석한 예술에 관한 회의는 「그리스」의 「쿠데타」가 일어나기 6일전에 「아테네」에서 열렸었다. 나는 지금 은퇴해서 살고있다. 그러나 나는 고독으로 고통을 받지는 않는다.
-오늘날 진정한 질문은 나타나지 않고있으며 또 본질적인 문제들은 제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장차는 그러한 문제들이 제기될것이라고 믿는가?
누가 그것을 알겠는가? 그러나 아마도 2∼3세기안에는 이루어질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