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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폭우 남부는 찔끔 '장마 양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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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여름 특이한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장마가 예년 장마 기간인 32일을 넘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1974년과 80년의 가장 길었던 장마 기간 기록(중부지방 기준 45일)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다 중부 폭우, 남부 폭염이라는 ‘반쪽 장마’까지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 등 중부 일부 지방에는 장마 동안 1000㎜ 넘는 비가 내린 곳도 있지만 제주도 서귀포에는 86.1㎜가 고작이다. 남부지방의 26개 지점에서 측정한 7월 중순 최고기온 평균값은 31.9도로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94년 35.3도 이후 가장 높았다.

 기상청과 기후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장마전선을 밀어 올리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애매하게 발달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허진호 통보관은 “장마철 날씨를 좌우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올여름처럼 일찍 발달했다가 세력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뒤늦게 강하게 발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여름 북태평양고기압이 일찍 발달했지만 ‘뒷심’이 부족해 장마전선을 북한·만주로 밀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는 “최근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애매하게 발달해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딱 걸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중부지방 장마 기간이 39일이나 됐던 93년에는 냉해 피해가, 장마 기간이 22일에 불과했던 94년에는 폭염이 극심했을 정도로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규모에 따라 정반대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24일부터는 남부지방으로 남하한 뒤 28일께 다시 북상하면서 전국에 비를 뿌리겠다”고 22일 예보했다. 장마가 일주일 정도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허 통보관은 “장마 기간이 이미 평년 수준에 도달했지만 장마가 언제 끝날지는 기압계 변화 등을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반쪽 장마가 한반도의 기후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기상청은 “올 장마가 특이하지만 통상적인 장마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서 4명 사망=22일 경기도 여주군 흥천면에는 오후 10시까지 361㎜의 폭우가 쏟아졌고, 광주시 실촌면에도 275㎜의 장대비가 내리는 등 이날 오전 경기도 동부 지역에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4명이 숨졌다.

 이날 낮 12시23분쯤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에서는 산사태로 토사가 유출돼 인근 숯가마를 덮쳤다. 이 사고로 7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의 기도원에서는 토사 제거 작업을 하던 목사 김모(61)씨가 오전 9시쯤 빗물에 휩쓸려 숨졌다. 인근 이천시 신둔면에서 농로에 흘러내린 토사 제거 작업을 하던 김모(61)씨가 불어난 물에 떠내려갔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 2시20분쯤에는 이천시 관고동에 있는 사찰이 산사태로 무너져 법당 안에 있던 70대 여성이 매몰됐다.

 이날 서울에도 최고 144.5㎜(송파구)의 비가 내렸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날 오전 6시50분 서울 구로구 구로동 도림천에서 산책을 하던 이모(64·여)씨가 불어난 물에 갇히는 등 모두 7명이 갑자기 불어난 하천에 고립됐다 구조됐다.

강찬수·강기헌·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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