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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 값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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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투표기간의 혼란을 틈타서 설렁탕과 중국음식등 대중음식값이 일제히 올랐다. 설렁탕이 95원에서 1백30원으로 껑충뛰었고. 우동·자장면·울면 등의 중국음식값 역시 20원씩이 각각 올랐다고 한다. 이것은 인상율로 보아 30%내지 40%에 달하는 엄청난 것이다.
요식업자들은 그 이유로서 소금이나 고추등 조미료값이 크게 올랐고, 쇠고기 값도 사실상 전면적으로 인상되었다는 점을 들고, 유독 설렁탕이나 중국음식값은 대중음식값만 협정요금으로 묶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알다시피 설렁탕이나 중국음식은 도시근로자들이 주로 찾는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고, 따라서 그 값이 이렇듯 엄청나게 오른 사실은 도시근로자의 지출부담을 특히 무겁게 한다는 점에서 이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아니라 지금까지 협정가격으로 묶여 왔기 때문에 요식업자들의 자의적인 인상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온 대중음식값이 이렇듯 국민투표 기간중에 일제히 인상되었다는 것은 또다른 의미에서 몇가지 문젯점을 제기하는 것이다.
첫째, 설렁탕·중국음식등 대중음식값은 정부가 행정지원를 통해 일정한 값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규제해온 것인데, 이번 국민투표기간중에 일제히 인상 된 것은 그 동안에 행정력이 사실상 공백상태를 나타냈다는 유력한 증거라고 할 것이다. 선거나 국민투표기간중의 혼란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고 해도 그 결과가 이렇듯 서민생활에 위협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행정력에 조금만 공백이 생겨도 즉각 값이 오르는 류의 가격정책, 다시 말해서 일방적으로 강압되는 행정력만에 의존하는 물가정책은 그 근본에서부터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격정책은 원가고요인을 없애는 것에 그 근본이 놓여져야 하며, 이를 도외시한 일방적인상억제의 행정조치만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요식업자들이 지적했듯이 최근에 와서 고추·마늘등 조미료값이 급등했고, 쇠고기값은 특등육 한근 4백원을 최고가격으로한 등급제가 무너져 버린채 일율적으로 4백50원에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중음식값에 누가 보아도 분명한 원가고요인이 있는 이상 당국의 무작정한 억제조치는 그 명분이 없다고 보아야 하며, 결과적으로 음식재료값 안정이 소홀했던 당국의 무책임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근본적으로, 가격상승의 움직임은 비단 대중음식값에 국한되지 않고, 「택시」·「버스」요금, 심지어 연탄값까지를 들먹거리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물가의 상승여력이 더이상 누르기 어려운 한계점에 접근하지 않았나 우려된다. 일종의 최종제품인 설렁탕과 중국음식값 상승은 이미 지적한 것처럼 여러가지 원가고요인의 불가피한 결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배경을 이루는 전체물가의 전반적 상승「무드」를 특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4일 현재, 전국도매물가가 68년말 대비5·7%나 올랐고, 서울소비자물가 역시 9월 평균이 68년12월대비 7·9%나 올라, 정부의 연간 상승억제 목표선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작금에 나타난 유동성의 과잉증가, 꾸준한 환율상승 및 예정된 전기·수도요금인상등이 금후의 물가안정을 해칠 불안요소로 잠재하는 만큼 앞으로의 물가상승이 크게 우려되는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시급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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