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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7일에 실시한 국민 투표에 있어서 투표율은 77%인데, 반대표는 가결선인 5백79만선을 훨씬 넘었으므로 이미 개헌안 가결은 확정적이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 사항의 국민 투표에 있어서 투표율이 77%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미흡한 감이 없지 않으나, 다른 나라에서 실시하는 국민투표의 참가율에 비하면 별로 손색이 없다. 이번 국민투표의 개표 상황을 보건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투표율이 낮은데 비해 농촌이나 중소도시의 투표율이 높았다는 것은 한국 선거의 전통적인 유형을 계승하는 것이지만, 각 도별 반대표간의 격차가 평준화 하는 경향을 보였음은 그만큼 국민적 동질성이 형성 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로서 주목을 요하는 것이다.
국민 투표에 있어서 개헌찬성의 여당이 압승한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 주인이 박대통령의 7·25담화가 개헌과 정권신임을 결부시키고 개헌이 부결되면 정권에서 물러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행결의 경우가 자아내는 정국의 혼란, 그리고 정권의 공백을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심정이 국민으로 하여금 개헌찬성에 기울어지게 한데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국민 투표운동의 전개에 있어서 정권을 잡고 있는 여당은 풍부한 재력과 인력을 동원할 수 있었던데 비해 야당은 이 방면에 있어서 너무나 열세했다는 것 역시 위요시 하지 않으면 안될 원인의 하나인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한다면 정부 중 당은 압승에 자기 도취하여 오만한 자세를 취할 것이 아니
라 국민이 신임을 주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를 겸허하게 반성하고, 우선 남은 임기1년 반동
안 국민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선구를 베푸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수개월을 두
고 개종으로 맡미암아 정치적 격동이 벌어지는 동안 우리 사회 공동생활의 제반영역에 걸쳐
서 정상을 일탈한 점이 적지 않다. 대리의 휴교와 교육의 공구, 경제사정의 악화, 행정의 공
왈, 선심공세가 자아낸 준법의식의 이원등을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는데, 개헌 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진 이상, 모든 것이 신속히 정상화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앞서 공화당은 개헌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 있어서 회정치의 기미적언「룰」을 어겨 민
정 사상에 오점을 남겨 놓았으므로 개헌이 남긴 정치적 후유증은 결코 단시일내에 아물지
않을 것 같다. 정부·백당은 승자로서의 관용과 아운을 베풀어 소삭당의 존재의의를 각별히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야당은 일패도지 했지만, 좌절감에서 전기하여 의회주의
를 신봉하는 정당으로서 가강 핵과적인 정권명쟁의 방식이 무엇인가를 심사숙고하고 거시적
시야에서 자세를 재정비하고 전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화당이 또다시 차기정재을 차지할 수 있는 인법상의 길이 마련되었는데다가, 국민투표
에 있어서 야당은 너무나 참패하고 말았으므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어 가는 한국의
개당정치는 일당반의 제도에서 일당령의 제도로 전략할 전망이 없지않다. 우리가 자유와 민
주주의를 염원하는 입장에서 진실로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점인데, 개치하는 사람이건 국민
대중이건 간에 일당령의 정당공치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깊이 생각하고 건전야당육성에 힘
써 나가야 하겠다.
집권당은 야당이 너무 열세하여 사실상 부재하는 상황은 독선과 오류와 부정의 요인이 된
다는 점을 인식하고 야당성장을 시기하거나 탄압하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야당하는 사람들은 칠전팔기의 불굴한 투지를 가지고 정권투쟁을 지속, 재야세력의 대동단
결을 과감히 서두름으로써 결정적인 야당부재상황의 도래를 막아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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