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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박사의 한방 건강 신호등 ⑧ 체질과 궁합 맞는 보양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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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영양 보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계절이다. 더위를 먹는 현상도 땀을 지나치게 흘린 결과다. 땀은 99% 수분이지만 1%의 전해질이 문제다. 이 전해질의 균형이 무너져 두통이나 설사 같은 증상이 생기고 입맛도 없어진다.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영양분도 소모된다. 보양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옛 선조들이 개발한 ‘비방’이다. 최근 보양식의 고지방·고칼로리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몸이 약하거나 마른 사람은 체질에 따라 보양식을 잘 복용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마른 체질은 보양식 먹으면 도움

여름철 보양식으로 많이 먹는 삼계탕이나 보신탕은 모두 소음인을 위한 음식이다. 소음인은 이목구비가 작고 예쁘며 상체에 비해 하체가 발달했다. 입이 짧고 내성적인 성격이 많다. 특히 비위(소화기관)가 약한데, 여름철에는 소화기관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양기가 손상돼 입맛을 잃기 쉽다. 이런 소음인의 양기를 보충하는 식품이 닭·개고기다.

닭의 몸은 가볍고 매우 활동적이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날아다닌다. 무슨 음식을 먹어도 모래주머니에서 잘 소화해낸다. 개와 흑염소는 잘 뛰어다니는 성질이 닭과 비슷하다. 웬만큼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안 날 만큼 위장기능도 강하다. 한방에서는 이들을 양기가 강한 동물이라 본다. 그래서 비위가 약한 소음인이 보신탕·개소주·흑염소탕을 먹으면 몸을 보양할 수 있다.

이런 음식에 한약재가 가미되면 효능이 극대화된다. 삼계탕은 닭과 인삼의 조합이다. 인삼은 한의학이 발달하던 초기 시대부터 비위가 손상된 소음인에게 많이 쓰던 약재다. 황기도 좋다. 소음인은 식은땀을 잘 흘리는데, 이때 황기를 넣은 삼계탕이 도움이 된다.

소양인은 가슴이 발달한 역삼각형 체형이 많다. 턱이 뾰족하고 입술이 얇은 편이며,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소화기능은 좋지만 신장기능이 약하다. 소양인은 돼지고기가 잘 맞는다. 돼지는 닭과는 대조적인 동물이다. ‘돼지처럼 먹고 잠만 잔다’는 말처럼 움직임이 적고 기름기가 많다. 돼지의 지방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에너지로 비축된다. 비축된 에너지는 한방에서는 ‘음기’라 보는데, 소양인은 음기가 부족하므로 돼지와 잘 맞는다. 소음인이 비위가 약해 돼지고기와는 잘 맞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더운 여름 입맛이 떨어진 소양인은 돼지 수육 같은 것을 먹으면 좋다.

소양인은 속 열이 많기 때문에 삼계탕은 좋지 않다. 굳이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면 수박 같은 차고 음기를 보충하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 음양의 균형을 맞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맥문동·오미자차 태음인과 궁합

태음인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나타나는 대표 체질로, 전체적으로 인상이 온화하고 살집이 좋은 편이며, 비만이 되기 쉽다. 태음인은 땀을 많이 흘려도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 폐·기관지·대장기능이 약한 편이다. 태음인에게 잘 맞는 식품은 소고기다. 소 뼈를 고아 만든 곰탕도 좋다. 사슴의 피도 태음인에게 잘 맞는 보양식이다. 이들 식품은 태음인의 약한 심폐기능을 보강해 주는 기능이 있다. 소고기가 비싸 먹기 힘들다면 생맥산 차를 추천한다. 맥문동과 오미자를 넣어 만든 차인데, 맥문동은 모든 체질의 열을 내리는 데 좋지만 특히 태음인에게 좋다. 약재 시장에서 맥문동과 오미자를 사서 2 대 1로 넣고 약한 불에 오래 끓인다. 여기에 흑설탕을 적당히 넣어 약간 달달한 음료로 만든다. 냉장고에 서늘하게 보관해 뒀다 갈증이 날 때마다 마신다.

태양인은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드문 체질(100명 중 1명 미만)로, 간기능이 약한 것에 비해 폐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태양인은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육류는 모두 어울리지 않는다. 간을 보호해주는 채소류나 해물류가 어울린다. 머루·포도·앵두·모과 등 산속에 있는 과실류가 잘 맞는다. 포도·솔 음료는 태양인의 훌륭한 여름 보양식이 될 수 있다. 단백질 보충이 필요할 때는 조개탕이나 조개구이, 붕어찜이 좋고 민물조개로 만든 재첩국도 어울린다. 메밀 또한 태양인의 음식이다. 여름 뿐 아니라 사시사철 메밀 음식을 즐겨먹어도 좋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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