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는 여왕과 춤을 췄다" | 엘리자베드2세 전하인의 회고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주가는 품위의 「베일」속에 존재한다. 권위가 왕가의 생명인데 품위를 잃으면 권위가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가의 내막은 좀처럼 공개되지않는다. 이런의미에서 다음글은 희귀한것이다. 영국「엘리자배드」 여왕의 하인으로 오랫동안 그녀를 가장 가까이 섬긴 「로이· 카메론」이 그의 회고록에서 담담하게 여왕의 주변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하인이 『황공하게도』 여왕의 춤의 「파트너」가 되는데서 시작된다.
여왕이 내게 춤을 청한다는 전갈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마술교관을 따라 여왕의 자리로 갔다. 여왕의 손과 허리를 가볍게 잡는순간 나는 그녀의 발이라도 밟으면 어떻게 할것인가 슬그머니 겁이 났다. 「밴드」가 울렸다. 나는 수천의 시선을 받으면서 「리드」 했다. 여왕과의 춤- 이것은 내가 어릴때부터 간직해온 꿈이었다.
여왕은 「밴드가 훌륭하죠?」라고 물었다. 그러고는 『 「로이」는 어디서살지?』 등 여러가지를 가만가만 물었다.어느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자 여왕은 다시『저 아가씨가 궁정수위와 좋아한다는데 정말인가?』 고 물었다.
이런 이야기로 우리는 소리내어 웃으면서 춤을 추었고 나는 여왕과의 최초의 춤에서 그녀의 발을 밟지않고 무사히 넘겼다.
그때부터 여왕은 자주 내게 춤의 「파트너」 가 되어줄것을 청했다. 나도 여왕과의 춤을 대단히 즐기게 되었다. 가장 언짢았던것은 내가 여왕과 춤을 출때면 나의 동료들이 쓴 표정을하고 늘어서서 나의「스텝」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려고 할때였다.
궁정생활은 나의 인생을 많이 바꿔놓았다. 내가「샴페인」을 처음 마신것도 64년 3월10일 「에드워드」 왕자가 탄생했을때다.
여기서 왕실사랍들의 성격을 간단히 소개해보면 우선 「필립」공은 그 고고한 자세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앞에서는 조심을 한다. 가령 그가 외출중일때는 그가 돌아오기전에 문을닫아서는 안된다. 반대로 여왕은 자신이 왕실종업원들에게 세심하게 대한다. 저넉 외출때는 우리들에게『나를 기다릴것없이 일찍들 자라』고 말할때가 많다. 그렇다고 우리가 여왕이 돌아오기전에 자는건 아니지만.
「찰즈」황태자는 어머니를 좋아하고 「앤」 공주는 아버지를 따른다. 아버지를 많이닯은「앤드류」왕자는 고집통이다. 어느날 점심식탁에서 그는 휘파람을 불었다.『조용히 해!』라고 여왕이 말했다. 잠시후 그는 다시 휘파람을 불었다. 이번엔 「필립」 공이『조용히해!』하고 보다 엄숙하게 말했다. 「앤드튜」 왕자는 몇분후 또 휘파람을 불었다.
이번엔 여왕과 「필립」공이 함께 조용히 하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잠시후 그는 아주 노래를 부르기시작했다. 이번엔 아무도 말리지 앉았다. 그제서야 그는 노래릍 그쳤다.
나는 궁정에서 겪은 난처한 일을 못잊겠다. 어느날 여왕의 의상비서인 「맥도널드」양과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목욕탕문이 열리면서 여왕이 나타났다. 여왕은 「나일룬」으로 만든 「네글리제」만입고 있었다. 나는 여왕을 쳐다볼수도없고 고개를 숙일수도 없어 쩔쩔매는데 여왕은 태연히 30분 동안이나 「발모랄」에 여행갔던 이야기를 하고 그자리를 떴다.
결국 나는 친구들을 잃지않으려고 궁정생활을 그만뒀다. 그러나 나는 여왕을 못잊는다. 여왕은 내가 언제나 섬기고싶은 유일한 사람이다. 나는 여왕을 존경하고 찬미한다. 그리고 약간 그녀를 사랑하기도하는가보다.<독슈테른시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