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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 돕는 ‘디지털 비서’ 공짜로 쓰세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32호 06면

스토리텔링 시대, 누구나 이야기를 말한다. 그런데 제대로 짜인 이야기를 찾기 힘들다. 왜 그럴까. 이야기를 어떻게 꾸며내야 할까. 잘 된 이야기는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그 구성요소를 분해결합하면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단초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첫 저작 지원 SW 무료공개한 이인화 교수

소설 『영원한 제국』의 저자이자 온라인 게임세상에서는 ‘몽골리안 포스’라는 아이디로 더 유명한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연구소 이인화(47·사진) 교수가 착안한 것도 이 대목이었다. 2010년부터 3년간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홍상표)의 지원을 받아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사장 윤송이)과 이대 디지털스토리텔링연구소가 30억원을 들여 공동으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 지원 소프트웨어가 바로 ‘스토리 헬퍼(Story Helper)’다.

이 교수와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18일 서울 역삼동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스토리 헬퍼’ 제작발표회를 갖고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개(www.ncfoundation.or.kr)했다. 스토리 작가의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문 작가라면 보다 손쉽게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299달러짜리 ‘파이널 드래프트’ 같은 프로그램이 비싼데도 보편화돼 있죠. 일본도 ‘창작 공학’ 분야 연구가 소설과 만화를 중심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우리만 없었죠.”

이 교수는 이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한글화는 물론 미국 제품보다 10배 이상 많은 상세한 데이터베이스를 꼽았다. “지금까지 출시된 영화가 2만4000편 정도 되는데 이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려해 주요 작품 1406편을 선정했습니다. 이 작품들에서 205개의 모티브와 주요 장면 11만6796건을 추출해 데이터베이스화했죠. 1만여 건 정도인 미국 SW에 비해 질과 양에서 앞선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시나리오 유사도 분석 시스템’은 국제특허를 받았고, ‘스토리텔링 저작도구를 활용한 퀘스트 저작시스템’은 국내 특허출원 중이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어떤 아이디어로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 29가지가 이어진다. 이 질문에 답을 하면 작가의 의도와 유사한 30가지의 이야기가 뜬다. 이를 보면서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덧붙여 시나리오를 마무리 짓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스토리 창작을 문제라 한다면 과거의 유사한 케이스를 분석하고 개선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라 생각해도 알고 보니 이미 있던 이야기와 비슷한 구조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표절 시비를 피할 수 있는 필터링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다. “머릿속을 맴돌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준다”(영화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 “디지털 시대 창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한다”(소설가 김탁환)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야기를 써주는 도구가 아니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라며 “얕지만 치명적인 문턱을 넘지 못해 고민하는 작가와 작가 지망생을 위해 곁에서 추천하고 조언하는 비서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2007년 기준으로 미국 작가조합 정회원이 4만9000명입니다. 이들이 ‘할리우드’와 ‘미드’를 만드는 원천이지요. 이번에 무료 공개된 SW를 이용해 국내에서도 더욱 많은 분들이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키우셨으면 합니다. 지원이 계속된다면 소설이나 만화 분야로 제작 범위를 확대할 꿈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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