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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국씨 2005년께 구권으로 보너스 지급”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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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시공사 대표 전재국(54)씨가 다량의 1만원짜리 구권(舊券ㆍ사진) 화폐를 보유했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구권은 1994년 1월 20일 이전에 발행된 지폐를 말한다. 신권보다 가로·세로가 더 긴 게 특징이다. 앞면엔 세종대왕과 함께 자격루, 뒷면엔 경회루가 각각 그려져 있다.

또 위폐식별용 은선이나 홀로그램이 전혀 없다. 한은은 94년 위폐식별용 은선을 도입한 1만원권을 내놓았고, 2007년 1월 22일부터 1만원권의 크기를 줄이고 색상과 도안을 모두 바꿨다.

시공사 직원이었던 A씨는 중앙SUNDAY 기자와 만나 “2005년께 전씨로부터 보너스를 현금으로 받았는데 모두 1만원권 지폐였다. 하지만 모양이 당시 지폐와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창고에 있었던 탓인지 돈에서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 시공사 직원 B씨는 “전씨는 한때는 매달 수천만원 규모의 회사 운영비를 구권으로 냈다. 서초동 사옥의 전씨 사무실 뒤편 비밀 창고에 상당 규모의 구권이 쌓여 있는 것을 본 직원도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6일 이 창고를 찾아 미술품 등을 압수했다.

그동안 출판계에선 2005년 전후로 ‘시공사가 구권으로 각종 거래를 결제한다’는 소문이 났다. 또 전씨 측 인사들이 다녔던 서울 강남의 H 한정식집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과 전씨 측 인사들이 밥을 먹은 뒤 종업원들에게 구권을 팁으로 줬다. 돈을 동그랗게 만 뒤 고무줄로 묶어서 갖고 다니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 측은 “우리 회사는 외부 감사를 받고 5년마다 세무조사를 받는다. 법인이 구권을 관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구권은 ‘지하경제의 대명사’로 불린다. 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직전 지하경제의 불법자금들이 현금화돼 구권 형태로 보관 중이라는 루머가 90년대 후반 서울 명동 사채시장을 중심으로 퍼졌다.

‘수천억원이 넘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구권으로 바꿔진 뒤 당국의 추적을 피해 은행에 넣지 않고 창고에 보관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때문에 사채시장과 금융가에선 ‘구권 화폐 사기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전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71)씨가 가담한 2006년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전경환씨는 당시 지인들과 함께 사업가들에게 접근해 “구권 50억원을 새 돈으로 바꾸는 돈세탁을 하려고 한다”면서 “실제 금액보다 30% 싸게 살 수 있으니 돈을 투자하면 거액을 되돌려 주겠다”고 속여 2억1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중순까지 구권 3억4491만 장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1만원권의 경우 1억994만 장(1조994억원)이 시중에 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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