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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출판계 어려울 때 더 공격적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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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21일 오후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방문한 뒤 귀가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며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시공사 본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국씨가 대표로 있는 이 출판사는 지난 16일부터 3일간 진행된 검찰의 압수수색 여파가 가시지 않았는지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직원들은 자신의 일을 하며 사태가 가능한 빨리 수습되길 바라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곳에서 만난 직원 A씨는 “이곳이 마치 비자금 온상인 것처럼 비쳐져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직원 B씨도 “전재국=전두환=시공사는 아니다”라며 “출판계에서 인정받는 회사였는데 이번 사건으로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재국씨는 지난 18일 전 직원들에게 “직원들과 함께 어렵게 일군 회사인데 미안하다”며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부탁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시공사는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등 수준 높은 서적 출판을 통해 연 매출 40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는 국내 유수의 출판 미디어 기업이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통해 성장했고 이를 관리하는 핵심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시공사는 1989년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가게 된 이후 유학 중이던 전씨가 귀국해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세운 회사다. 기존에 ‘스테레오 사운드’라는 잡지를 발간하는 회사였는데 전씨가 인수하면서 시공사로 이름을 바꿨다. 회사 설립 후 시공사는 탄탄대로를 걷는다. 92년 유명 작가 존 그리셤의 소설 『펠리칸 브리프』를 출간해 10만 권 이상 판매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출간해 최단 기간 100만 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출판에 전혀 문외한이던 재국씨가 회사를 세운 지 수년 만에 출판업계의 신흥 강자로 등장한 것이다. 당시 출판계에서는 자본금 5000만원의 신생 출판사가 유명 작가의 소설 판권을 확보하며 공격적 경영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누군가 뒤에서 막강한 지원을 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특히 대표 전재국씨가 전 전 대통령의 장남이라는 사실 때문에 아버지의 은닉 재산이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었다.

 시공사는 대다수 출판사가 휘청거렸던 외환위기 이후 더욱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다. 당시 대부분의 출판사는 극심한 불황을 겪을 때였다. 시공사는 98년 출판물 도소매 업체인 동국출판(현 북플러스)을 설립했다. 2000년에는 경기도 일산의 화정문고와 유명 대형 서점이었던 을지서적을 인수했다. 99년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겨우 1억1590만여원이었고 2000년에도 3억7082만여원에 불과했다.

 전씨가 시공사 직원들에게 1만원짜리 구권(舊券) 화폐로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시공사 직원이었던 C씨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전씨로부터 2005년께 1만원짜리 구권 화폐로 보너스를 현금지급 받았다”며 “돈에서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구권 화폐는 94년 1월 이전에 발권된 돈이다.

박민제·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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