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신' 나폴레옹 무릎 꿇린 장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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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장마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7일부터 18일까지 12일 연속 비가 내렸다. 앞으로 일주일은 더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릴 거라는 게 기상청 예보다.

 장마의 위세는 옛날에도 대단했던 모양이다. 1388년 이성계의 압록강 위화도 회군이 대표적인 예다. 요동 정벌에 나서라는 고려 우왕의 명령에 이성계는 ‘4불가론(四不可論)’으로 맞섰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거스를 수 없고, 여름철에 군사를 동원하는 것은 옳지 않고, 허술한 틈을 타 남쪽 왜구가 쳐들어 올 염려가 있고, 장마철이라 활의 아교가 풀어지고 전염병 위험이 있다는 네 가지다. 사대주의·패배주의 탓에 회군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만큼 장마를 두려워했음을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프랑스 나폴레옹이 1815년 6월 벌어진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것은 궂은 날씨 탓도 있다. 계속된 비에 땅이 진창이 됐고 기병과 포병의 기동력을 자랑하던 프랑스군이 땅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진격 속도를 늦추는 바람에 영국·프로이센 연합군에게 반격의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날씨 영향을 받는 게 전쟁이지만, 전쟁 덕분에 일기예보가 발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기상레이더다. 스마트폰으로 기상청 홈페이지의 ‘날씨 영상’ 코너에 접속해 비구름 레이더 영상을 체크하면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낭패 보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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