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그만 … 진실 규명 전문가에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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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기(左), 김기춘(右)

여야 원로들이 ‘사초 분실’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원로들은 입을 모아 “정쟁은 그만두고 차분히 해결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조언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 진영에 몸담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중요한 국가기록이 없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면서도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진실 규명보다 상대를 궁지로 몰려는 정쟁으로 보인다. 여야는 (전면에서) 빠지고 국가기록원이 왜 못 찾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실 규명을 하되 차분하고 냉정하게 전문가들이 (규명)하면 된다. 지금이라도 여야 대표가 만나서 여기서 그치자고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면서 “여야가 이런 식으로 정쟁을 계속하면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도 했다. 일부 의원의 막말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우리 정치인들이 정말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장을 지낸 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본지 통화에서 “이대로 가다간 국민의 불신이 악화돼 여든 야든 정당정치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며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여야가 서로에게 불만 지르고 있어서야 되겠느냐”고 여야를 함께 비판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앞으로 우리나라 정상과 누가 속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이 문제는 논란이 되면 될수록 국격만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여야가 하루빨리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 전 수석도 여야 정치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우리 정치가 막장까지 갔다”며 “전쟁 수준도 안 되는, 소대의 전투 수준으로 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이때 오히려 정치가 편을 가르고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며 “정치의 목적은 통합과 조정인데 선거 때나 하는 패거리 싸움을 아직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화록 유실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양쪽 모두가 결과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선에서 이긴 쪽은 48%를 배려하고 진 쪽은 이긴 52%에 승복을 해야지 상대방을 적으로 보고 타도의 대상으로만 볼 거면 민주주의는 왜 하느냐”고 꼬집었다.

 친박근혜계 원로인 김기춘 전 의원도 “북방한계선(NLL)은 우리 영토선이고 이를 확고히 지키자는 데 여야 모두가 동의하는 만큼 이런 대전제하에서 대화록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며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경진·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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