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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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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은 아무리 해도 안된다.

화요일(이하 현지시간) 금리를 인하하지 않기로 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이하 연준)의 결정은 경제 전문가 대부분이 예상한 대로였다. 그러나 시장이 원했던 것은 분명 아니었다. 연준 발표 직후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발표 전만 해도 증시는 소폭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푸트남 로벨의 증권부문 책임자 잭 베이커는 "오늘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는 데 내기를 걸었던 사람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고 말했다.

다우지수는 종료 벨이 울릴 때까지 2백6포인트 하락했고 나스닥은 2.9% 떨어졌다.

증시가 하락한 이유는 모든 사람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놀드 앤 S. 블레이슈뢰더의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파디나는 "재밌는 일은 연준의 회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연준이 금리에는 변화를 주지 않고, 정책 기조를 바꾸는 의미에서 경기 약화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요즘 좀 어수선한 증시가 그것에 만족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린스펀 의장이 바로 지난 달 의회에 출석해 비교적 낙관적으로 경제를 평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는 시장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빌 설리번은 "이번에 금리인하가 단행됐다면 연준이 왜 그래야 했는지를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됐을 것"이라며 "이는 금융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디나는 이같은 주장을 일축한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고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해도 다우지수는 크게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시기에서는 시장의 반응이 연준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한다. 증권업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다. 하지만 연준이 할 일은 전체적인 경제 운영이다. 그러나 요즘의 역학은 다르다. 6월과 7월의 증시 악화가 미국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어려움으로 다가왔음은 명백하다.

연준은 화요일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올 봄부터 나타난 총수요 성장 둔화는 금융 시장 약화와 기업 보고서 및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된 불확실성 증가로 장기화됐다"고 밝혔다.

살로먼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위에팅은 "이달에 앞서 나온 자료들은 신뢰도가 개선되지 않았고 소비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향후 2개월 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금리인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는 기업들이 전망을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계속 약세를 보인다면 기업들의 전망 호조는 생각하기 어렵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경제가 경기 악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히며 정책 기조를 바꾸면서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준이 몇달 후 금리 인하를 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투자자들과 기업가들이 저금리가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연준은 상당 부분 힘을 잃을 것이다.

설리반은 "여러가지를 놓고 종합적으로 내다 봤을 때 연준은 조연이다. 우리의 지금 관심사는 신뢰도 문제"라고 말했다.

화요일 회의 이후 불행히도 신뢰도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수요일 신문의 표제는 "연준 결정에 실망한 다우지수 2백포인트 하락"일 것이다. 이제 그린스펀은 난관에 봉착했다.

NEW YORK (CNN/Money)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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