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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르」의 내우외환|심상찮은「카이로」정정과 대외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통일「아랍」공화국대통령「나세르」의 신변과권력에 심상치않은 변화가 일어나고있는 모양이다. 지난 18일「나세르」의 오른팔격인「헤이칼」이 주필로있는「카이로」의 일간지「알·아람」이「나세르」는 2주째 독감을 앓아 집무를 중단하게되었다고 보도한것이 이「심상치않은 사태」의 첫소식이었다.
같은날 영국의「가디언」지는「나세르」의 혁명동지요, 두번이나 수상을지내 가장 유력한 「나세르후견자」로 손꼽히던「알리·사브리」가친소, 반「나세르」「쿠데타」를 음모하다가 적발되어「아랍」사회주의연맹(ASU) 서기장직을 해임당하고연금상태에있다고보도했다.
「레바논」의 우익계일간지「알·자리다」도「사브리」의 해임을 보도하면서 국군참모총장「아메드·이스마일」장군과「나세르」의 비서실장「압델·파리드」가 같은 협의로 파면되었다고 보도했다.
영국「데일리·익스프레스」지의 19일가 보도에의하면 이번「쿠데타」음모사건으로대령급이상의장교50명이숙청되었다고도한다.

<쿠데타 막후 주목>
이상과 같은 보도에서 가장 주목되는것은「사브리」,「이스마일」등이모두통일「아랍」공화국내의 친소파의 거두들이라는 사실이다. 친소파가 반「나세르」「쿠데타」를 음모했을경우 소련의 막후역할이 필연적으로 고려되는것이다.
이런 추측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베이루트」의 소식통은 19일「나세르」가「크렘린」에대해주「카이로」소련대사「비노그라도프」의 소환을 요구했다고 전했고「나세르」가 이미결정된방소계획을 취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22일에는 소련이「사브리」일파의 추방에 대한 반발로 통일「아랍」공화국에 있는 3천명규모의 소련 군사고문단을 철수할것이라는 소문이퍼졌다.
이와같은보도가어느정도 정확한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 보아도「나세르」와「크렘린」의 관계가 극도로 긴장되어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같다.

<방위에 소와 이견>
「나세르」가 67년의「6일전쟁」에서 괴멸 되다, 시피한 군사력을 오로지 소련의 지원으로 지난2년동안에 전전이상의 수준으로 복구했다는 현실로 보아서는「나세르」-「크렘린」관계의 악화는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 것같기도하다. 그러나「카이로」와「모스크바」는 그동안 대「이스라엘」방위포진을 둘러싸고 심각한 의견충돌을 빚어온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은 전쟁재발의 방지는「아랍」-「이스라엘」간의 군사적충돌의「에스컬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있다고보고 통일「아랍」공화국군의 주력방위선을「수에즈」운하 지대에 한정시키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이에반해「나세르」는 그의 군대를「수에즈」운하에서「수에즈」만까지 연장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던중 지난11일「이스라엘」군대가「수에즈」만을 넘어 통일「아랍」공화국해안지대를 10시간동안 아무런 저항을 받지않고 유린하여「나세르」의 주장이 옳았음을입증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기반흔들릴 위험>
「나세르」는 이때 행정부·당, 그리고 군 내부의 친소파를 제거함으로써 소련의 영향력행사의 발판을 뒤엎기로 작정했고 이를 눈치챈 소련은 선수를 처서「쿠데타」를 일으키려다가 실패한것이 아닌가 추측된다.「나세르」가 방소를 취소한것도 이런 사태때문인것으로 보인다.
그러나「나세르」가 당면한 위기는 이정도로 단순한게 아니라는데문제가있다. 그는 친소파의 동향과는정반대의 방향, 다시말하면 대「이스라엘」강경파노선을 주장하는일부 젊은장교들과「팔레스타인」해방전선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도 압력을 받고있다. 특히 11일「이스라엘」의 공격에무방비상태의 허점을 드러낸데대한 국민들의 비난은「나세르」의 권력의기반을 뒤흔드는 사태로까지 발전할 위험성을 내포하고있다.
그러나『힘의진공을메우자』는 구호아래 「아시아」·중동에서 외교총력전을벌이는 소련의입장으로보나「이스라엘」과의 대결,「아스완·댐」의 연내완성이라는「나세르」의 당면과제로보나「이스라엘」어 기뻐 날뛸만큼 소·「아랍」공의관계가 결코 파국으로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김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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