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서 대화록 못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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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2차 정상회담(2007년 10월 3일)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17일 “여야의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들이 국가기록원에서 2007년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의 목록을 조회한 결과 대화록 목록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대화록뿐 아니라 대화 내용을 녹음한 음원 파일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정상회담 일주일 후 정상회담 대화록을 2부 만들었다”며 “이 중 한 부는 국정원에서 보관해왔고 다른 한 부는 당시 청와대가 보관해왔다”고 말해왔다. 국정원이 보관해오던 1부는 최근 남재준 국정원장의 지시로 기밀분류가 해제돼 일반에 공개됐다. 따라서 청와대가 보관해오던 나머지 1부는 2007년 4월 공포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상대로라면 국가기록원에 이관돼 보관됐어야 한다. 그런데 여야 의원들은 이 자료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주변에선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대화록 파기를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당시 정권 교체가 유력했던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 민감한 자료인 정상회담 대화록을 파기하도록 지시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때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인 2007년 말~2008년 초 대화록 폐기를 지시했다”며 “국가기록원으로 옮겨져야 할 회담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 측은 “대통령 기록물은 표제를 포함해 모든 게 비공개라 1차 열람 때 대화록 관련 자료가 나오지 않아 2차 열람에 들어가서 검색했다”고 했으나 대화록을 찾지 못한 걸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노무현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기록을 넘길 때 ‘e지원’ 시스템(당시 청와대 전자기록 시스템)을 한꺼번에 넘겼다”며 “ 검색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 기록물 담당을 했던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도 “웬만한 기록들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제목을 달지만 비밀기록은 제목을 봐도 내용을 추측할 수 없는 식으로 다는 경우가 있다”며 “예를 들어 NLL(북방한계선)에 관련된 군사적 기록의 경우 비밀관리를 위해 ‘태백산맥의 환경 상황’이라고 쓸 수 있기 때문에 키워드를 넣어도 검색이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대화록 원본을 찾지 못함에 따라 정상회담 NLL 포기 발언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만약 대화록이 폐기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위법 논란 등 파문을 몰고 올 전망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손상·은닉·멸실을 했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야는 18일 오후 2시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확인한 후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강인식·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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