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폐기했나, 검색어 달라 못 찾나 … 대화록 행방 새 뇌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2차 예비열람이 17일 경기도 성남 국가기록원에서 열렸다. 여야 의원들이 보안을 위해 휴대전화를 관계자에게 맡기고 있다. [뉴스1]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또 다른 고비를 맞게 됐다. 경기도 성남의 국가기록원에서 당시 회담 발언록을 살펴보려던 여야의 대통령기록물 열람위원들이 해당 자료를 찾지 못하면서다.

 열람위원들은 여야가 합의해 선정한 7개의 검색어(‘NLL’과 ‘북방한계선’ ‘남북정상회담’ ‘등거리·등면적’ ‘군사경계선’ ‘남북국방장관회담’ ‘장성급회담’)를 입력해 확인했지만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로선 대화록 자체가 실종된 상태다. 이에 따라 대화록이 유실됐거나 폐기됐느냐, 아니면 국가기록원 어디에 존재하는 것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냐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당시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세상에 대화록 원본은 2개만 존재한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정상회담 녹음파일을 풀어서 회의록 2개를 만들어 하나는 청와대, 다른 하나는 국정원에 보관해왔고,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2개의 원본을 제외한 일체의 사본은 폐기했다고 밝혔다.

 딱 2개뿐인 대화록 중 하나는 국정원이 보관했다. 이번에 남재준 국정원장이 전격 공개한 대화록이 그것이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보관하던 다른 1개의 원본이다. 이 원본은 여야 열람위원들이 열람하려 했던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문건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의혹이 커지게 된 것이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이 아예 대화록을 파기했거나 퇴임 뒤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로 가져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여권 고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임기가 거의 끝나갈 때인 2007년 말~2008년 초 대화록의 폐기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청와대에 보관되던 대화록은 폐기된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가 대화록을 폐기하는 대신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도 청와대 대화록의 행방에 대해 엇갈린 정보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선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국정원 보관용이 아닌 것)을 폐기했다는 주장이 나와 쟁점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이한구 원내대표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설에 대해 “너무나 충격적으로, 이는 역사기록을 말살하는 행동”이라며 “옛날 이조시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하자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은 “참여정부 당시 관계자들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관련해 어떤 자료에 대해서도 폐기를 지시한 적이 없었고 모든 기록물은 이관됐다”고 반박했었다.

  양측의 공방이 첨예하긴 했으나 당시엔 결론이 나지 않고 흐지부지됐던 게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설이다.

 하지만 이번에 국가기록원에서 두 번의 열람 작업 동안 대화록이 나오지 않아 민주당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물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지만 열람위원들이 키워드로 찾아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민주당과 노무현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은 “참여정부 이전에는 기본적으로는 종이 기록을 만들어 넘겨왔지만 참여정부는 e지원 시스템으로 관리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전자기록물이 많다”며 “국가기록원에 넘긴 전자기록의 양이 방대해 최초로 전자기록을 이관할 때부터 기술적 부담이 컸다”고 했다.

 그는 “비밀기록의 경우 제목을 바꿔 달기도 한다”며 “기술적 안정성 때문에 검색 에러가 나서 기록이 있어도 검색 대상에 나타나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기록물의 표제가 어떻게 됐는지 정확히 모른다”며 “대화록이 존재하지만 표제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기록원에 총 825만여 건의 대통령 기록을 넘겼고, 그중 34만 건이 지정기록물이었다. 기록물은 ‘○○○○년 대통령 기록’ 등의 제목과 보호 기간이 적혔고 상자에 봉인된 채 보관된다. 민주당 관계자도 “대화록이 없어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아직 찾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강인식·허진 기자

관련기사
▶ 새누리 "대화록 없음 확인" 민주 "찾지 못한 것"
▶ 대화록 실종상태…폐기했나, 검색어 달라 못 찾나
▶ 국가기록원서 '노무현-김정일 회담 대화록' 못 찾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