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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에 쏠린 관심…눈과 귀는 태평로를 지키고|개헌안가부 묻는 날 국회주변과 시민의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온국민의 눈과 귀가 하나갈이 국회의사당에 쏠린 「결전의 순간」이었다. 헌정사상 여섯번째로 개헌여부가 결정되는 13일, 서울태평로1가60의1번지 국회의사당앞길은 유달리 경비마저 삼엄한 분위기였다. 주권을 한몸에 지고 투표에 참가하는 의원들의 표정도 굳어있었으며 시민들은 거리에서, 직장에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의사당을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3개월동안 「페퍼·포그」와 투석으로 가열하게 마주쳤던 대학가는 이날 따라 학생들과 경찰기동대도 잠시 손을 놓고 표결의 이날을 응시하고 있었다.
서울 중구 태평로1가 국회의사당 안팎은 국회의원이나 기동경찰·시민들이 모두 긴장과 초조에 싸인 엄숙한 분위기에 휩싸여있었으며 교통마저 차단되었다.
이날아침 8시부터 속속 국회에 출석한 국회의원들은 초조하게 의사당안을 서성대는가하면 일찍부터 자기의석에 주저앉아 담배를 뻑뻑피우는등 착잡한 감정을 누를 수 없는 듯 굳은 표정이었다.
방청석엔 아침 일찍부터 출입을 통제, 전투복차림의 경찰과 사복형사들이 잔득 긴장한 표정으로 일일이 방청객을 점검하고 있었다. 국회사무처로 통하는 정문엔 경비원 4명이 지켜있으면서 신분을 확인한 후에야 국회의원들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 한때 방청권을 가진 방청객도 들어가지못해 약간의 혼잡을 빚기까기했다.
전투복차림의 경찰기동대가 경찰봉을 들고 통행을 제한하는 가운데 국회의원전용차와 보도차·「라디오」와 TV의 중계차량이 덕수궁안까지 뻗어나갔고 이 차량을 정리하는 교통경찰관의 호각소리가 더한층 더 긴장감을 북돋워주고 있다.
상오10시20분쯤 정상천 시경국장이 태평로 파출소로 나와 국회주위의 경비를 지휘했고, 10시30분부터 덕수궁앞과 시청앞·뒤, 조선일보앞, 중부소방소앞에는 각각 기동경찰 1개소대씩이 길목을 막아 체신부, 과학기술처, 영국대사관을 통하는 길마저 통행을 하지못했다.
전대통령 윤보선씨와 함석헌씨가 이날 10시35분 국회표결을 방청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갔다.
한편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개헌안 표결과정을 중계하는 「라디오」앞에 몰려들어 귀를 기울이느라고 사실상 개점휴업상태.
한적한 각 경찰서사무실에 남아있는 몇몇 경찰관들은 저마다 「라디오」에 심각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으며 각 직장도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일손을 잡지못한채 「뉴스」를 들으려했다. 성동구 행당동 H다방의 손님들은 제각기 몇분후에 있을 국회개헌표결의 가부에 내기를 거는 모습도 보였다.
행당동다방 앞길에서 구두를 닦던 김모노인(62)은 『개헌논쟁이 자유당때와 다를게 뭐냐』고 개탄.

<뉴스들으며 농성|법대>
나흘째 동교 도서관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있는 서울대생 80여명은 13일 아침 일찍부터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면서 개헌안의 국회표결결과에 따른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 학생총회를 열고 있다.

<개헌반대 기도회|이대>
13일 상오8시 이화여대생 약3백명은 동교 중강당에 모여 3선개헌반대 구국기도회를 열었다.
12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기도회에서 학생들은 『「유대」민족을 구한 여자애국자 「에스터」를 본받자』고 선언하고, 구약성서 「에스터」서 6장의 『나와 내민족이 팔려서 죽임과, 도륙함과, 진멸함을 당하게 되었나이다. 만일 우리가 노비로 팔렸더라면 내가 잠잠하였으리이다』를 인용, 현시국을 주시할 것을 결의하고 30분만에 끝냈다.
이날 이대「캠퍼스」에는 토요일인데도 많은 학생들이 일찍부터 등교, 잔디밭에 옹기종기모여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들으며 3선개헌안 국회표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동경찰이 경비|문리대>
무기휴강에 들어간 문리대 정문에는 기동경찰 50여명이 대학가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삼엄히 경비를 펴고 있다. 대학가는 일반인 통행도 드물어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 이날상오까지 단한명의 학생도 교내로 들어가지 못했다.

<8일만에 개강|공대>
휴강 8열만에 다시 개강한 서울대 공대는 4백여명의 학생들이 등교, 수업을 하고 있는데 첫시간수업을 마친 일부 학생들은 「캠퍼스」에 띄엄띄엄 몰려앉아 3선개헌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정문에 경찰대기|고려대>
이른 아침부터 정문앞에는 정·사복 경찰관이 대기, 학교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일일이 조사해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간혹 일부학생들이 경찰관들의 눈을 피해 뛰어들어가면 경찰관들이 호각을 불며 뒤쫓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휴교철회를 요구|청주대>
【청주】청주대학 학생간부 40여명은 12일 상오11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동대학 휴게실에서 모임을 갖고 『휴교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는등 4개사항을 결의했다.

<교문서 귀가종용|연세대>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연세대교정에는 도서관을 드나드는 1백여명의 학생이외에는 학생들이 별로 없었고 학교정문앞과 부근골목길엔 1백여명의 이동경찰이 대기, 학교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조사하고 학생일 경우 집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하고 있다.

<학생들 접근저지|경희대>
새벽부터 60여명의 기동경찰대가 학교주변을 경비, 학생들의 학교접근을 일체 막고 있다.
무기휴강중인데도 이따금 학생들이 교문앞에 서성거리다 삼엄한 분위기에서 질린듯 되돌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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