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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대학가의 9월 「히치·하이크·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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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월 개학이 되면서 「캐나다」 대학가엔 눈에 띄게 외국 여행 「붐」이 일고 있다. 새학기 등록을 해야할 많은 학생들이 「유럽」행 또는 남미행 비행기표를 사기에 바쁜 현상은 자못 흥미롭다. 「캐나다」 대학가들의 외국 여행 열은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매년 급격히 늘어가는 숫자는 학교 당국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들의 여행지는 주로 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의 서부 「유럽」과 남미의 「멕시코」, 서인도의 「자메이카」 등도 꽤 학생들의 호기심을 끄는 지역이다. 이같은 대학생들의 여행 열에 발맞추어 「캐나다」 학생 연맹 (CUS)에서는 전세 비행기 알선에 바쁘다. 「유럽」행 (「토론토」발「런던」행)만해도 9월4일부터 10월3일까지 한달 동안 1백40여명이 타는 대형 여객기 5대를 예약해 놓고도 밀려드는 신청객들로 3대를 더 증가 시켰다고 한다.
학생들이 왜 여름 방학 동안 여행은 안하고 개학이 된 9월에 떠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방학은 4개월>
여름 방학 동안에는 여비를 벌어야하기 때문이다.
실상 외국 여행 떠나는 학생들 가운데 부모의 보조를 받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캐나다」대학들은 여름방학이 4개월.
이 동안 학생들이 벌 수 있는 돈은 줄잡아 1천5백「달러」에서 2천5백「달러」.
이 돈이면 다음 한해 등록금과 하숙비가 되지만 또한 1년 동안 각지를 무전여행 할 수 있는 밑천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특히 「히치·하이크」 (일종의 무임승차)를 즐기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학생들의 경험으로는 자가들 배낭에 「캐나다」 국기를 달고 있으면 외국인이란 표시가 되어 「히치·하이크」가 더욱 수월해진다고 한다.
여학생의 경우 「히치·하이크」는 아주 용이하지만 불의의 봉변이 두려워 차 태워주는 사람의 관상을 우선 살핀 후에 탄다고 한다.

<돈 떨어지면 취직>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여러 나라를 유람하고 때로는 외국에 주저앉아 2, 3년 동안 직업을 갖기도 한다.
그러면 이들의 학교 공부는 어떻게 되는가?
이것은 대학 당국자나 부모들의 걱정거리이기도 하지만 더 깊은 사회 문제의 일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차츰 「캐나다」 대학생들에게 대학 체육과 졸업 후의 직장 생활은 매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목적 상실의 풍조>
흔히 학생들에게 졸업 후에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으면 『모르겠다』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 상례다. 무엇이 하고싶으냐고 물어도 대답은 마찬가지다.
목적 상실 이것은 북미주의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들이 똑같이 지적하듯이 풍요한 사회에서는 젊은이들의 공통적인 증상이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학생들은 무엇이 되고 싶은 지도 모르는 사회에 일찍 뛰어드느니 보다 학교 다닐 때 여행이나 많이 하자는 생각인 것 같다.
흔히 학교에 휴학계를 먼지고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에게 불어보면 여행의 가장 큰 이유는 『기분 전환을 해야겠다』는 것과 학교 공부에 염증이 났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여행할 수 있는 팔자가 못되는 사람들에게 세계 여행을 떠나는 근들이 부럽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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