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 규제 실태, 기업이 평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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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 번 세무조사를 나오면 요구하는 서류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문제 삼을 것이 없는데도 자신의 인사 평가에 (조사 실적이) 반영된다며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A자동차 부품업체 대표)

 “수익이 좋았을 때 인근 구청에 행사용 상품을 기부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 (구청에서) 매년 연락이 온다. 노골적인 민원은 아니지만 부담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B유통업체 대표)

 현장 기업인들이 행정·세무 당국에 털어놓은 불만들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을(乙)’ 처지에서는 그냥 지나치기 부담스러운 내용들이다. 경제계가 지방자치단체와 행정기관의 이 같은 기업 관련 규제 활동을 직접 평가하겠다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달 17일부터 두 달간 전국 3600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6개 광역자치단체와 세무서, 지방노동청·환경청 등의 규제 실태를 조사한다고 15일 밝혔다. 기업의 ‘규제 체감도’를 계량화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행정 목적과 무관한 기부·후원금 요구 ▶지자체별 수수료·부담금 수준 ▶재량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규제 등에 대한 폭넓은 실태 파악이 이뤄진다. 기업애로 해소에 대한 지자체장과 공무원의 의지·전문성까지 평가에 포함됐다. 규제 개혁에 적극적인 지자체·행정기관을 순위별로도 파악할 수 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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