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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문경새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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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백산맥은 여성의 몸이다. 유연한 선이며 봉긋한 봉우리등. 하나같이 고운몸매다. 그러나 긴긴 산맥의 한가운데 자리한 한자리만은 일대반역을 일으켜 사납기가 설악만큼이나 된다. 그곳이 바로 문경새재(조령)를 안부로 가진 주흘산 일대. 하설산·월악산·옥녀봉과 함께 쭝긋쭝긋 치솟은 품이 하늘벽만 같다. 처녀다리 만큼이나 되는 산삼이 월악에서 뽑혀 거노 이승만박사를 즐겁게(?) 해준 곳도 이곳.
삼국시대부터 국경의 요새로 조령을 삼은뜻도 험준한 암봉에 힘입은 바며 산맥이 두솔봉에서 백화산까지 가는동안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이중맥이기 때문에 골깊고 산높아 제2의 불교요람으로 신라적 절이며 탑이 골마다 흩어져 있다.
조령에는 3개소의 관문이있다. 문경에서 국도를 따라 3km쯤 가다가 오른편으로 틀어서 다시lkm를 오르면 무너진 성터에 소슬관문이 하나있다. 이곳이 제1관문, 여기서 다시 4km를 오르면 문루가 타버린 또하나의 관문이 나선다. 이것이 제2관문이 된다. 여기서 조령안부까지와 거기서 동문까지는 각각 4km정도. 한때, 영남에서 한양가는 유일한 길이던 이 구도는 새 치도(국도)가 나면서 나무꾼이나 인간송충의 도벌「루트」가 되고 말았다.
준수한 봉우리며 깊은계곡, 성터며 절간이며 하나같이 높은 가치를 지녔고 옥녀탕 용추 선녀소등 계곡길 군데군데에 있는 작은 폭포와 소만도 제1관문에서 제2관문까지 10여개소. 그래서 당국은 이 지역일대를 명승지로 지정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조령을 박달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이 골짜기에 박달나무가 많았던 탓. 그러나 지금은 눈닦고 보아야 한그루의 박달나무도 보이지 않고 초동들의 노랫가락만 구슬프다. 「문경이야, 새재박달나무는 큰애기 다듬이방망이로 다나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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